러 고위장교 잇단 해임-실종-의문사… 뒤숭숭한 러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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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참모장 비난한 사령관 해임
작전 불만 대위 조깅중 총격 사망
바그너용병 반란 이어 혼란 가중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러시아군 고위 장교들이 갑자기 해임되거나 실종, 사망 등으로 종적을 감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 사태 이후 러시아군에 혼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을 향한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의 제58합동군 사령관 이반 포포프 소장을 해임했다. 포포프 소장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겨냥해 “우리 고위 사령관은 가장 어렵고 긴장된 순간에 군대를 배신하고 사악하게 참수하면서 후방에서 우리를 때렸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라시모프 참모장은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경질을 요구해 왔던 인물이다.

러시아 국방부 공보관을 지낸 군사분석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인 ‘리바르’에는 “포포프는 ‘전투기 교체가 필요하다고 고위 사령관에게 직접 보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제거됐다는 소문이 있다”며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군 내부에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는 내용이 올라 있다. 반란 관련자에 대한 숙청이 진행되고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무장 반란에 가담한 혐의로 숙청설이 돌고 있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대장)은 당분간 보이지 않을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NYT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수로비킨은 현재 쉬고 있다. 당분간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고위 장교들이 돌연 숨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러시아 남부군 부사령관인 올레그 쇼코프 중장은 10일 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베르댠스크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발표했다. 같은 날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시에서도 러시아 해군 2급 대위인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가 조깅 중 의문의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그가 군 작전에 불만을 제기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무장 반란 이후 행방이 묘연한 프리고진은 수년간 위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러시아 탐사전문 독립 매체를 인용해 프리고진이 수년간 위암 치료를 받은 뒤 호전됐으며, 전직 바그너 소속 용병은 프리고진의 이번 반란에 대해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행동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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