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최장수 총리 ‘스캔들 제조기’ 베를루스코니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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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치료 위해 입원한 병원서
언론재벌 출신… 총리 세차례 역임
정치권력 남용해 부 키웠단 비판도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숱한 성(性) 추문과 각종 부패에도 이탈리아 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사진)가 만성 백혈병으로 1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소유 이탈리아 미디어 기업 메디아세트는 홈페이지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9일 백혈병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936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대 중반 부동산 업체를 세운 뒤 개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이렇게 거머쥔 부(富)를 기반으로 이탈리아 최대 상업방송 메디아세트를 창업해 1990년대 초반에는 4개 민영 TV 중 3개 채널을 소유한 언론 재벌이 됐다. 1986년에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최고 인기팀 AC 밀란을 사들여 구단주가 됐다.

그는 1994년 1월 의회가 해산되고 조기 총선이 발표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좌파 승리가 예상되자 “정권을 공산주의자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며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우파 ‘전진 이탈리아당’을 창당해 수도 로마 중심지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두 달 뒤 총리까지 올랐다.

2001∼2006년 두 번째 총리를 맡아 전후 이탈리아에서 단일 정부로는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웠다. 이어 2008년 세 번째 총리가 됐지만 문란한 사생활과 부정부패 문제가 또 터졌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과 파티를 벌이는 등 잇단 섹스 스캔들이 불거졌고 부패 및 탈세 혐의로 2012년 말 유죄가 선고됐다. 고령이라 복역 대신 사회봉사 1년형을 받으며 정치판을 떠났다.

2017년 AC밀란까지 매각하며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던 그는 그해 11월 시칠리아 지방선거에서 우파 연합 후보를 지지하며 승리를 이끌어 정계에 복귀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이탈리아형제들(FdI) 등과 우파 3당 연정을 성사시켰고 자신은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총리 재임 시절 밀라노같이 부유한 북부를 대변하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불안한 이탈리아 연정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이탈리아를 세계 무대에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자신의 언론사를 정치 선전에 이용했고, 정치권력을 남용해 막대한 부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받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별세#최장수 총리#스캔들 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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