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들에게 죽음을”…폭력과 혐오로 점철된 ‘예루살렘의 날’ 행진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19일 1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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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 점령을 기념하는 이스라엘 ‘깃발 행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으로 가득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구시가지 일대에 수만명의 이스라엘 국우파들이 모여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통곡의 벽까지 행진했다.

깃발 행진은 이스라엘 우익들이 국기를 들고 동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도는 연례행사다. 이는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요르단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아랍권에는 치욕스러운 날로 여겨지며 이로 인해 매년 행진 참가자들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 2021년에는 깃발 행진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예루살렘을 향해 로켓 공격에 나서면서, ‘11일 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250명의 팔레스타인인과 13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올해 행진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아랍인에게 죽음을” 등 혐오 구호를 외쳤으며 이를 지켜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해 “너의 마을은 불에 탈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 지역인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 인근에서는 이스라엘 청년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상인들은 영업 종료 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이스라엘 경찰 지시에 따라 가게 문을 닫았다.

또 행진 참여자들은 취재 현장에 있던 이슬람 매체와 외신 기자들을 향해 돌이나 나뭇가지 등을 던지며 취재활동을 방해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극우성향의 이타바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도 참여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예루살렘은 영원이 우리 땅이다”고 말하자 참여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우려에도 불구하고 행진을 허용했다며 “예루살렘은 영원히 통일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측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자체적인 깃발 행진을 조직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분리 장벽으로 접근하는 이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해 진압에 나섰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분쟁을 확대할 생각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가자지구 인근 해상에 “경고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을 중재해왔던 이집트는 이번 행사를 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PIJ)는 지난 14일 닷새간의 교전 끝 휴전에 합의했다. 이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에서 39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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