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잘생겼다” 칭찬한 러 할머니…‘군 모독죄’로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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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21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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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저녁 일일 연설을 하고 있다. 2023.01.29/뉴스1(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갈무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저녁 일일 연설을 하고 있다. 2023.01.29/뉴스1(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갈무리)
러시아의 한 70대 여성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잘생긴 젊은이’라고 표현했다가 러시아 군을 모독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19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올가 슬레기나라는 70세의 러시아 여성은 자신이 있던 요양원의 식당 여종업원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한 뒤 러시아군 모독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슬레기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유머 감각이 있는 잘생긴 청년”이라며 “모두가 그의 농담에 웃고는 했다”고 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2013년 러시아 국영 방송사의 새해맞이 쇼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슬레기나는 경찰에 체포돼 러시아 남부의 날치크에 구금됐다. 식당을 방문한 다른 세 명의 손님은 슬레기나의 발언을 듣고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에 따르면 슬레기나를 구금한 경찰은 “젤렌스키는 우리의 적이기 때문에 당신에게는 그를 찬양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얼은 당국이 시력 문제가 있는 슬레기나를 속여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쳤다고 자백하는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슬레기나는 이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 넘겨진 슬레기나는 최근 모스크바 법원에서 4만 루블(6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작된 일련의 소련식 통제 중 한 사례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거나 군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모스크바에서는 한 지하철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반전 사진을 보고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붙잡혀 14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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