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550명 아이 만든 ‘정자 기증왕’…근친상간 우려로 피소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3월 29일 19시 56분


코멘트
자신의 정자를 전 세계 불임여성들에게 기증해 550여 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제이콥 마이어. 제이콥 마이어 유튜브 캡처
자신의 정자를 전 세계 불임여성들에게 기증해 550여 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제이콥 마이어. 제이콥 마이어 유튜브 캡처
자신의 정자를 전 세계 불임여성들에게 기증해 550여 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네덜란드의 한 음악가가 근친상간 위험을 키웠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의 텔레그래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출신의 음악가 조나단 제이콥 마이어(41)는 불임클리닉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전 세계 수백 명의 여성에게 정자를 기증해 550명 이상의 아이를 태어나게 했다.

마이어는 최소 13곳의 불임 클리닉에 정자를 기증했고 그중 11곳이 네덜란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불임클리닉의 비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자 기증 관련 웹사이트에도 홍보해 정자를 기증했다고 한다.

마이어의 정자로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네덜란드·호주·이탈리아·세르비아·우크라이나·독일·폴란드·헝가리·스위스·루마니아·덴마크·스웨덴·멕시코·미국 등에서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몇 명의 아이를 낳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마이어는 그의 정자를 기부한 여성에게 “500명 이상의 아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들 중 네덜란드에서만 최소 102명의 아이가 그의 정자로 태어난 것이 확인됐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남성이 25명 이상의 아이를 낳거나 12명 이상의 여성을 임신시키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근친상간·결혼을 막으면서 생물학적으로 수백 명의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를 방지하고자 이같은 법을 만든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마이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모든 클리닉에 마이어의 정자 사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마이어는 케냐로 거주지를 옮기고 여러 가명을 쓰면서 덴마크, 우크라이나 등의 클리닉과 SNS 홍보 등을 통해 계속 정자를 기증했다.

호주의 한 부부는 덴마크 불임클리닉을 통해 6000유로(약 846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루드’라는 이름의 남성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이들은 곧 마이어의 정자를 받은 것을 알게 됐다.

해당 엄마는 “창의적이고 똑똑한 남성으로 보여 선택했는데, 이토록 많이 기증한 줄을 몰랐다”며 “정말 역겹고 화가 난다. 내 아이에게 수백 명의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피해 여성들은 모임을 결성해 마이어를 생물학적 아버지로 둔 아이들이 장래에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이들은 마이어에게 “더 이상 정자를 기증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마이어는 “사람들이 아이를 갖는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전 세계에 내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싶다”며 거절했다.

이에 네덜란드에서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동들의 인권을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인 ‘도너카인드’는 피해를 본 25가족들을 대리해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공방은 다음 달 중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송을 제기한 단체는 “마이어가 가명까지 써서 정자를 기증하는 것을 막고 저장고에 있는 그의 정자를 모두 폐기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