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지는 英부동산시장 “세입자도 구매자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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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속 금리부담은 껑충
“75만가구 이상 대출상환 못할수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도 없고, 세입자 구하기도 어렵네요.”

12일(한국시간) 오전 런던 옥스포드 스트릿의 모습.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몰리는 잡화점 거리의 한 가게가 문을 닫았다. 런던=독자 오택희씨 제공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북부 핀츨리 지역에서 만난 마이클 저커 씨는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1채를 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런던 스위스코티지 지역에 있는 침실 2개의 이 아파트는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존 세입자가 떠난 뒤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파트를 내놓기로 결심한 그는 “물가가 너무 오르고 경기 침체가 닥쳐 사람들이 집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우려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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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런던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며 주택 보유자와 투자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주택담보대출업체 핼리팩스에 따르면 영국 평균 주택 가격은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1.5% 하락하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4분기(10∼12월) 기준으로는 전 분기 대비 2.5%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넘치는 유동성과 파운드화 약세로 미국 중국 등 해외 투자자들이 런던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사들였지만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BOE)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9차례나 올려 금리가 연 3.5%까지 오르며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당국(FCA)은 금리 상승으로 향후 2년간 75만 가구 이상이 상환 불능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경기에 암운을 드리우는 또 다른 요인인 셈이다.

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금리부담#영국#런던 아파트#핼리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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