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재생 에너지 확대… “관광지 망친다” 주민과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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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으로 에너지 값 급등 여파
주민들 “삶의 터전 사라질 것” 반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요동쳐 에너지 위기를 경험한 유럽 각국이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사회와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산티아고 순례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풍력발전 단지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서도 바람이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히는 갈리시아에서는 이미 4000기가 넘는 풍력 터빈이 있다. 지역 당국은 최근 터빈을 200기 이상 더 설치하겠다는 미 알루미늄업체 알코아 계획을 승인했다.

관광업에 지역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주민들은 소음이 극심하고 풍광을 망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관을 운영하는 주민은 WSJ에 “내 일은 물론이고 삶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갈리시아 환경단체 ‘아데가’는 지난해 8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풍력발전소 건설이 환경성 검토와 여론 수렴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소했다. 하지만 호세 안토니오 산 알코아 노조위원장은 “스페인엔 기름이나 가스는 없지만 바람은 많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제련업 같은 에너지 대량 소비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붐을 이끌고 있다. 에너지 값 급등이 생존을 위협하는 기업들이어서 신재생에너지 업체와의 계약을 서두른다. WSJ는 “과거엔 신재생에너지 회사가 제조업체에 장기 계약을 구애해야 했지만 이제는 에너지 집약 제조업체의 계약 체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각국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조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EU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현재 20%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고대 유적과 경관 보존 책무를 지닌 문화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를 막지 못하도록 부(部)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프랑스 독일 등 의회에서도 풍력 및 태양광 산업 투자를 촉진하고, 관련 사업 추진을 늦추는 단체들을 막는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유럽#신재생 에너지#산티아고 순례길#풍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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