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기’가 뭐길래…잉글랜드, 월드컵 경기 전 퍼포먼스 예정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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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전 ‘무릎꿇기’를 하는 선수들 ⓒ게티이미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전 ‘무릎꿇기’를 하는 선수들 ⓒ게티이미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 대표팀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월드컵에 본격 돌입하는 잉글랜드 대표팀이 매 경기 전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전개할 예정이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잉글랜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며 “우리는 이 제스쳐가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포용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선언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무릎꿇기는 2016년 미식축구리그(NFL)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이던 콜린 캐퍼닉은 한 흑인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살해당한 것을 비판하며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캐퍼닉을 공개 비판했고 이 제스쳐는 트럼프 대통령과 NFL 선수·구단 측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스포츠를 넘어선 갈등은 2018년 NFL 사무국이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원치 않는 선수는 라커룸에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마련하며 일단락됐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은 콜린 캐퍼닉(우)ⓒ게티이미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은 콜린 캐퍼닉(우)ⓒ게티이미지
하지만 2020년 5월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진압과정 중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다시 격화됐고 무릎꿇기는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NFL을 넘어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야구(MLB)에서도 시행됐으며 바다 건너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까지 번졌다.

2년이 지난 지금 무릎꿇기는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릎을 꿇는 것이 인종차별을 해결하는 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고 스포츠계의 인종차별도 근절되지 않는다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 8월 EPL 사무국은 개막전, 특별 캠페인 경기, 박싱데이 등 중요한 일정에만 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처우, 성 소수자에 대한 형사 처벌 등 인권탄압 논란에 휩싸인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하며 잉글랜드 대표팀의 무릎꿇기도 주목을 받았다. 잉글랜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카타르를 거세게 비판해온 나라 중 하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EPL에서 특정한 경기에 이 퍼포먼스를 하기로 한 점도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번 월드컵이 가장 큰 행사”라고 말했다.

훈련중인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훈련중인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무릎꿇기와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해리 케인은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취지에서 ‘무지개색 완장’을 착용한다. 무지개색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완장은 각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케인은 “하나의 팀, 조직으로서 완장을 차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선수가 착용하는 장비에 특정 메시지를 담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는 전날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자체 완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케인을 비롯해 마누엘 노이어 등 다른 유럽 국가 대표팀 주장은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잉글랜드 대표팀과 이란 대표팀의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0시에 열린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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