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징용 관련 “日기업 자산 현금화前 조기해결 필요성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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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日외상에 수출규제 철회 요구

韓日 외교장관 ‘팔꿈치 인사’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 일본 도쿄 외무성 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회담 전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일본의 수출 통제 철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등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AP 뉴시스
韓日 외교장관 ‘팔꿈치 인사’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 일본 도쿄 외무성 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회담 전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일본의 수출 통제 철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등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AP 뉴시스
한일 외교장관이 18일 도쿄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확정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를 조기에 막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외교부는 이날 양국 외교장관 회담 뒤 “박진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에게 강제징용 판결 관련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며 “양국이 이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8, 9월로 예상되는 일본 기업들에 대한 대법원의 현금화 확정 판결 전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뒤 브리핑에서 “한일이 현금화가 되면 안 된다는 데 대한 엄중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도 회담 뒤 “현금화 문제에 대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박 장관이 말했다”며 “그 말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측이 일본에 현금화 이전에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하야시 장관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 일본 측에 “한국에 대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징용 해결’ 고리로 한일관계 개선 모색… 피해자 설득 관건


한일 외교, 징용문제 조기해결 공감… 8월~9월 日기업 자산 현금화 예상
‘기금 모아 先배상’ 일부 피해자 반발… 韓, 지소미아 정상화 의지 밝히며
日에 수출규제 즉시 철회 요구… 日외상은 특별한 반응 안보여


한국과 일본이 18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문제부터 막아야 한다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은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이뤄낼 수 없다는 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에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기업들은 배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법원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명령에 불복해 4월 대법원에 항고했다. 이르면 8월 말∼9월경 항고가 기각돼 현금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현금화가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실제 현금화 막기까지는 난항 예상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박진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에게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며 “현금화가 돼선 안 된다는 인식을 한일 간에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관 레벨에서 한국이 일본에서 이 문제를 협의했다는 건 우리 정부가 현금화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속도감과 긴장감을 갖고 협의해 나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8, 9월로 예상되는 현금화 시점이 임박한 만큼 빨리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하야시 외상에게 정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간 협의체인 민관협의회 논의 상황도 설명했다.

다만 현금화를 막기 위해서는 강제동원 피해자 설득이 필요하다. 현금화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대위변제 방안에 대해 일부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있고, 일본 기업의 대위변제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한일 정부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위변제는 한국이나 일본 기업, 양국 시민이 참여해 조성한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식이다.

14일 열린 민관협의회 2차 회의에서 피해자 측은 피해 배상 방안으로 정부가 판결을 이행하고 이후 일본 기업이 배상하는 형식의 대위변제안이 채택될 경우 “일본 피고 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와 사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에 의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2차 회의 직후 민관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금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9월까지 불과 2개월가량 남았고 피해자 단체를 비롯한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아 실제 현금화를 막을 방안을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 韓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日 반응 안 보여
박 장관은 하야시 외상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수출 규제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이런 부당한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금화 문제 해결책을 찾겠다고 손을 내민 대신 지소미아 정상화와 수출 규제 철회를 일본이 이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하야시 외상은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가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도 지소미아 및 수출 규제에 대한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일 외교#징용#수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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