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학교 약탈하곤 칠판에 “평화” 적은 러군…교장 “야만과 위선”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0일 11시 39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한 학교를 약탈한 뒤 칠판에 평화 기원 메시지를 남겨 위선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지난 3월 한 달 이상 장악했던 키이우 북부 카투잔카 마을을 되찾은 뒤, 중학교 교실 칠판에서 러시아어로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칠판에는 “우리는 학교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포격이 있었다. 평화롭게 살고 자신을 돌보고 어른들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하나의 국가다! 형제자매 여러분, 평화가 함께하길!”이라고 쓰여있었다.

또 “공부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전쟁은 끝나고 당신은 조국을 재건할 것. 서로에게 공정하게 행동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라”라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이어 “우리가 친구가 되길 바란다. 평화를 가져오는 의사, 엔지니어, 교사가 되라! 신이시여, 우리가 학교를 점거한 것을 다시 한번 용서해 달라!”고 쓰여있었다.

CNN은 누가 메시지를 작성했는지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미콜라 미키치크 교장은 메시지를 보고 역겨웠다며 “야만과 위선”이라고 말했다.

미키치크 교장은 “그들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형제’라고 써 놓고 학교를 약탈했다”며 “컴퓨터를 망가뜨렸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꺼냈으며, 노트북과 프린터를 가져갔다. 학교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학교의 귀중한 장비 대부분을 약탈당했고, 최근 새로 단장한 주방도 산산이 부서졌다.

미키치크 대전차 지뢰 3개, 섬광 수류탄 여러 개, 총알이 실린 기관총 탄창이 학교 운동장에서 발견됐다고도 말했다. 마당에는 임시 묘지가 발견됐고, 축구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교장은 학교 피해액을 약 500만흐리우냐(약 2억1400만원)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교육부에 따르면 2월24일 개전 이후 1888곳이 넘는 학교가 피해를 입었다.

이전에 점령됐던 다른 지역 학교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발견됐다.

키이우 외곽 한 마을에 있는 즈비지브카 문법학교 칠판에는 “푸틴은 당신의 대통령이다. 어린이 여러분, 열심히 공부해라. 러시아에는 교육받은 시민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메모가 적혔었다.

러시아 친정부 언론은 지난 4월 이를 감동적이고 진실한 표현이라고 칭송했으며, 메시지 내용을 “우크라이나 해방”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친정부 성향 러시아 인터넷 매체 ‘렌타’는 러시아군이 남긴 “우크라이나 어린이에게 보내는 감동적인 메시지”라는 기사를 실었고, 러시아 TV 채널 ‘차그라드’는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학업을 응원하는 “진심”으로 포장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전 러시아 문화부 장관은 메시지 사진을 공유하며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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