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수용 시사…한발 물러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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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17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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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용인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단, 나토가 핀란드와 스웨덴에 군사 기지나 장비를 배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크렘린궁이 내건 조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와 아무 문제가 없고, 이번 나토의 확장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나토에 가입한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핀란드와 스웨덴에 나토 무기와 군대를 배치하지 않는다면 나토 회원국이 된 두 나라와 공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나토 군사 기지나 핵 미사일의 자국 배치를 원치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핀란드도 같은 입장일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 가입 전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와는 별다른 충돌 없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푸틴의 ‘심복’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시 발트해 인근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핀란드와 스웨덴, 나토가 이에 굴하지 않고 가입을 추진하자, 이번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형태로 상황을 진화하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확장 그 자체는 미국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만들어낸 완전히 인위적인 문제”라며 “이 문제는 사실 별거 아닌 데서 출발한 것이지만, 우리는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는 최선이 아닌 데도 세계 각지에서 국제안보를 통제하고 영향력을 끼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東進·동유럽국 가입) 중단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이번 사태로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하게 되면 오히려 추가 동진을 촉발한 셈이 된다. 그런데도 제법 온화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랜드코퍼레이션의 수석 정치학자 새뮤얼 차랍은 “그들은 두 번째 전쟁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핀란드를 점령하고 침략하기 어려운 만큼, 조건(무기 배치는 금지)만 설정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봤다.

러시아 정치 컨설팅사 폴리티크 설립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대통령이 나토를 전략적·군사적 문제가 아닌, 옛 러시아 제국의 지배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즉, “나토는 서쪽에는 존재할 수 있지만, ‘우리 뒤뜰’에는 존재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가 역사적으로 그 뒤뜰”이라고 분석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다음 주중으로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제안한 것처럼 중간 잠정 합의가 이뤄질 순 있어도, 최종 가입이 성사돼 ‘나토 헌장 5조’의 집단 방위 의무 적용을 받으려면 30개 회원국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해 최소 4개월~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입 기간 중 핀란드와 스웨덴이 러시아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핀란드는 어떤 형태의 공격에도 대응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힌 반면, 스웨덴은 사이버 공격과 하이브리드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 기간 스웨덴과 핀란드가 공격을 받고 지원을 요청할 경우 군사 지원을 포함한 도움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현재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오르는 건 오히려 터키가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밤에도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 신청을 반대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나토는 1949년 창설된 뒤 추가 가입국을 받아 확장해왔는데, 그 첫 가입국이 바로 1952년 합류한 터키다. 발언권과 존재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터키는 자국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는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과 핀란드가 지원하고 있어 동맹 정신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열강에 의해 그어진 자의적인 국경선에서 소외돼 민족적 단일 근거지를 얻지 못한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인구는 4000만 안팎으로 추정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자국내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보호해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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