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난민촌 취재 美기자 피격 사망…이-팔 긴장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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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여성 기자 시린 아부아클레(55)가 11일 팔레스타인 난민촌 취재 도중 머리에 총격을 받고 숨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실로 확인되면 아랍권 전역에서 거센 반이스라엘 시위가 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자국민 사망을 규탄하며 즉각 이스라엘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자지라 소속 아부아클레기자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의 난민촌에서 취재를 하던 중 갑작스레 날아든 총탄을 맞았다. 당시 보호용 헬멧과 ‘프레스(Press·언론)’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었음에도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현장에 같이 있던 또 다른 알자지라 기자 알리 알사무디 역시 등에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촬영을 중단해달라는 요청도 없이 총격을 가했다”고 분노했다. 일부 목격자는 이스라엘군이 아부아클레 기자가 쓰러진 후에도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의 사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망 당일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팔레스타인 국기가 관을 감쌌다.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기독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미 시민권을 획득했다. 1997년 알자지라가 특파원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부터 이스라엘에 근무한 베테랑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관여한 모든 인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 자유에 대한 모독”이라고 가세했다. 이 사태가 ‘제2의 까슈끄지’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배후 조종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이후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 또한 상당한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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