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인권운동가 “中교도소서 하루 12시간 강제노역” 인권탄압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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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국가 전복 혐의로 5년간 복역 후 지난달 석방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李明哲·47)가 교도소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 행위를 고발하고 나섰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학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11일 대만 쯔유시보 등에 따르면 리밍저는 전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한 일이라고는 중국의 정치범 가족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한 일뿐”이라며 “중국 당국에 의해 이유도 모른 채 체포돼 수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서 독재 권력을 마주하니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하루빨리 대만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공안 요구에 따라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하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 수감됐을 때 추웠는데 얼음물처럼 차가운 물로만 씻었다”면서 “쉰 음식을 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루 11~12시간씩 강제 노역으로 착취를 당했지만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만 일한 것으로 서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리밍저는 ‘정신적 학대’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내게 말을 걸거나 대화한 사람은 모두 별도 시설에 재감금되는 징계를 받았다”면서 “나중에는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교도소에서 자유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지금 우리가 대만에서 누리는 자유를 절대 뺏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덧붙였다.

리밍저는 2017년 3월 19일 마카오를 통해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 입국하자마자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대만 정부와 인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의회 초당파기구인 의회행정부중국위원회(CECC)는 그를 중국 정치범 명단에 올리고 구명운동을 펼쳐왔다. 중국 당국은 “리밍저가 중국 일부 세력과 불법 조직을 만들어 국가를 전복하려는 활동을 했다. 인권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범죄”라고 반박했다. 리밍저는 지난달 15일 형기를 다 마치고서야 대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중국은 ‘대만 독립’을 강조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2016년 이후 중국을 방문한 대만인을 잇달아 체포하고 있다. 대만사범대 국제인력자원발전연구소 스정핑(施正屛) 전 교수를 비롯해 적어도 4명이 간첩 혐의로 중국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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