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아원 강제 이송 위기 우크라 소녀…할아버지와 재회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9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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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부상을 당한 뒤 러시아의 한 고아원으로 이송될 위기에 처했던 12세 우크라이나 소녀가 극적으로 할아버지와 재회했다고 미국 CN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키라 오베딘스키는 전쟁 이전 활발하고 사랑받던 12세 소녀였다. 소녀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사망했고, 전 우크라이나 수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아버지마저 지난 3월17일 마리우폴 시내로 진입하는 러시아 군의 총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후 키라와 소녀의 아버지의 여자친구는 이웃들과 함께 도보로 도시를 탈출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키라는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고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키라는 당시 상황에 대해 “러시아 군이 달려와 두 대의 차를 세웠다. 우리가 피를 흘리고 있었기에 도네츠크 맨허쉬(Manhush)의 병원으로 데려갔다”며 “그러고나서 러시아 군인들이 맨허쉬에서 다른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키라의 할아버지 올렉산더는 도네츠크의 정부 관계자에게 전화하는 등 소녀의 소식을 수소문했지만 전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병원 관계자로부터 “키라가 러시아에 있는 고아원으로 보내질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소녀가 곤경에 처했단 뉴스가 보도된 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가들을 통해 올렉산더가 손녀를 데리러 도네츠크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올렉산더는 전했다.

올렉산더는 우크라이나에서부터 폴란드행 기차, 터키행 비행기, 모스크바행 비행기 등 험난한 여정 뒤 마침내 도네츠크에서 키라와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3월10일 마지막으로 본 뒤 약 45일만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극적인 재회 이후 두 사람은 집으로 향했고, 갈 때와 같은 방법으로 키이우로 되돌아왔다.

모든 역경을 이겨낸 키라는 할아버지와 함께 키이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는 얼굴, 목, 다리에 포탄 파편으로 인한 상처를 회복 중이다. 매체는 소녀의 흉진 얼굴과, 내성적인 태도가 소녀가 고통받았던 신체적, 심리적 트라우마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라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또, 소녀가 회복하는 동안 소녀를 즐겁게 해줄 태블릿PC 등도 선물했다.

올렉산더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키라가 피곤하지만 행복해했다”며 “손녀의 무사귀환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키라의 귀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며 “우리가 해낸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노력의 결과로 이 같은 재회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라는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으로 추방된 많은 우크라이나 아이들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걱정된다”면서 “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고,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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