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겪은 우크라 99세 할머니 “푸틴 죽음이 100살 선물” 소망

  • 뉴스1
  • 입력 2022년 4월 4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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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00번 째 생일을 맞이하는 우크라이나 노인이 가장 받고 싶어할 선물이 뭘까. 아마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체주의적이고 반인륜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격동의 한 세기를 겪어낸 99세 8개월의 안나 바하틀라는 그래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무어냐는 질문에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69세 딸 올하 푸니크와 함께 살고 있는 99세 바하틀라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와 스탈린 시기 대기근인 홀로모도르를 겪어낸 바하틀라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원치 않아 했다.

바하틀라는 지난 한 세기동안 격동의 세월을 모두 견뎌냈다. 그는 소련의 집권기간보다 오래 살아남았고 1990년대를 이겨냈다. 올해 1월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음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100년을 눈 앞에 둔 지금, 그녀는 또 다른 난관에 처해 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저지른 조국에서의 전쟁이다.

바하틀라는 “지금도 사람들을 고통받고 있다”고 자신이 겪은 바를 공유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에 관해 묻자 “세계에서 가장 나쁜 남자”라고 지적했다.

청력이 많이 감퇴한 그지만, 불과 몇 마일 떨어진 브로바리 지역에서 들려오는 큰 굉음은 모두 들렸다. 바하틀라 딸인 푸니크가 어머니 방의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어두운 커튼도 달았지만 어머니의 충격적인 기억이 되살아나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80세 이상의 대부분 사람들은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다. 한 역사학자는 우크라이나와 더 넓은 지역을 ‘혈통지대’라고 불렀는데, 이 지역은 20세기 중반, 테러, 전쟁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겪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폭력 사이에 낀 영토였다.

때문에 군사작전이 시작되면서 바하트라는 충격적인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80세 이상 노인의 트라우마를 잠재우기 위해 한 양로원에서는 전쟁에 대해 함구한다. 이에 키이우 한 양로원은 지난 몇 주 동안 바깥 세상이 어떤 식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반면 일부 노인은 그 자식들이 전쟁 얘기를 숨기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아나톨리 루반(84)은 키이우 외곽의 러시아 전방 부대에서 조금 떨어진 서쪽 외곽에 혼자 산다. 전쟁 발발 후 인근에서 포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폭발과 사이렌 소리가 다 들린다”며 “시끄러울 때는 끝날 때까지 화장실에 앉아 있는다”고 했다.

루반은 키이우를 떠나 서부와 유럽에 있는 더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곤 지난 한 달 동안 청소년 체육관에서 24시간 교대로 일하며 지내고 있다.

루반은 “내 눈으로 전쟁을 본 적이 있어서 모든 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인다”며 “내 눈으로 전쟁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모든 것에 적응하도록 강요받는다”며 “나는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고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하틀라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만 그의 딸은 최악으로부터 바하틀라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딸은 “전쟁에 관한 뉴스가 있으면 텔레비전을 끄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바하틀라는 1943년 6월, 독일 나치가 바할랴의 마을을 점령한 후 그는 수백만 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오스타베이터가 되기 위해 보내졌다. 오스타베이터는 나라가 점령된 후 제3국의 노역에 강제동원된 민간인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는 작은 오스트리아 마을인 네르니츠(Terniz) 캠프에서 2년을 지냈고 그곳 공장에서도 일했다. 바하틀라는 “우리는 아침에 빵 1/4 덩어리를 먹고 하루에 두 번 스프를 먹고 일요일에는 감자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녀는 스스로를 소련의 애국시민으로 여겼다. 러시아는 형제 국가였다. 소련과 러시아의 선전에 매도돼서다.

바하틀라의 딸도 스탈린이 죽었을 때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들은 당시만 해도 스탈린의 죽음이 진정한 비극이라 생각했다. 그때 그시절의 자신 처럼 오늘날 러시아인들도 ‘특수작전’ 이라는 등의 선전에 뇌를 잠식당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의 불행을 멈출 방법을 바하틀랴는 단 한 가지라고 여기는 듯 했다. 바로 푸틴 대통령의 죽음이다. 4개월이면 맞이할 자신의 생일에 무엇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바하틀랴는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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