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으로 ‘유령도시’된 이르핀…“인프라 50% 파괴”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일 12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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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키이우 외곽 이르핀을 탈환했지만, 이르핀의 주요 시설이 파괴되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폐허가 됐다.

31일(현지시간) CNN은 현재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이르핀 접근을 허가받고 방문한 뒤 “이르핀은 인근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러시아군 사정권 내에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르핀 강 건너편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한 달 동안 대치하면서 생긴 잔해가 곳곳에 널려 있다. 깨지지 않은 창문은 거의 없고, 쓰러진 나무와 부서진 군사 장비 등이 도처에 널려있다.

마을 주민 대다수는 도망쳤지만 이반 보이코(66)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방공호로 몸을 옮긴 그는 “포격 때문에 집에 있는 건 불가능하다”며 “다른 사람들도 생활 필수품 등을 방공호로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보이코는 “며칠 간의 격렬한 포격이 있고 섬뜩할 정도로 조용해졌는데, 마치 유령 마을 같았다”고 증언했다.

또 해당 지역 경찰서장은 러시아군은 당국이 시신을 수습할 틈도 주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이르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신을 수습하던 우리 경찰들이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다리 아래에 한 시간 동안 누워 그것이 멈추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볼로디미르 루덴코(51)는 군복을 입고 손에 소총을 든 채 마을을 순찰하고 있었다.

루덴코는 “1975년, 태어난 이후로 이르핀을 떠난 적 없다. 이제 여기를 지키는 것은 내 임무”라며 “그래서 전쟁 첫날부터 단 하루도 이르핀을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한 시간 동안 한 지역에서 348건의 공격을 할 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CNN은 6만 명이 넘는 마을 주민 중 가까운 시일 내에 돌아올 수 있는 숫자가 미지수라고 봤다. 이르핀 대부분의 건물들은 부서졌고, 재건할 수 없을 만큼 파손됐다는 점에서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이르핀 주요 인프라의 약 50%는 완전히 파괴됐다.

한편 현재 이르핀은 우크라이나 손에 다시 넘어왔지만, 일부 러시아 군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당국은 남아있는 러시아 군인 수색팀을 조직했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그 임무를 맡은 특수부대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그는 “민간인 복장을 한 러시아 군인 2명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우리 그룹은 그들을 모두 ‘청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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