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면 푸틴에게 테러 멈추라고 말할 것”…러 군인들 인터뷰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6일 13시 16분


코멘트
“우리 최고사령관에게 우크라이나 테러 행위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돌아가면 그에게 저항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명령했다. 우크라이나를 비군사화하거나 우크라이나군을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라 죄없는 시민들이 사는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

“우린 죄를 지었다. 심판을 받게될 것이다.”

미국 CNN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인들을 인터뷰해 전한 말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 포로 10여명을 기자회견에 등장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 포로가 600명이 넘는다고 말했었다.

포로를 기자회견에 동원하는 것은 제네바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 포로에게 이유없이 굴욕감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로들이 우크라이나에 동조하도록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CNN은 자신들과 별도로 인터뷰에 응한 러시아 공군 조종사 3명이 강압을 받고 인터뷰에 응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밝혔다.

CNN은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요청해 러시아군 포로들이 기자회견을 하기 하루전 모두를 면담했으며 공군 조종사 3명은 회견 직후에 만났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포로들은 자신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하길 원치 않았다고 했다.

3명의 조종사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임무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어서 크게 못마땅했다고 했다. 그들은 또 최고 사령관 푸틴을 욕했다.

그들의 증언은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서방의 평가를 뒷받침했다. 지난 1일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었다.

전폭기 조종사 막심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발표한 전날에야 “비밀 전투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네오나치 세력이 장악했다는 푸틴의 주장에 대해 “구실을 만들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푸틴과 일당들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파시즘과 나치즘이라는 허위 정보를 퍼트린 것”이라는 것이다.

막심은 “우린 나치나 파시스트를 본 적이 없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언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라는 정찰기 조종사는 “우리 정부가 시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인들에게 무기를 내려놓고 떠나라. 이곳에 오지 마라. 이 곳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원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최고 사령관에게 우크라이나에서 테러 행위를 멈추라고 말해줄 것이다. 우리가 돌아가면 그에게 반기를 들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정찰기 조종사도 푸틴을 직접 지목해 “이 일을 오래 감추진 못할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다. 조만간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로운 시민들의 도시가 파괴되고 있다…제기랄 아이들의 눈물, 죄없는 사람들과 아이들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들이 전쟁으로 1600명이 사망한 마리우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안다면서 “그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무차별적인 파괴다. 그런 일은 용서받을 수 없다. 산부인과를 폭격하다니? 그게 바로 지독한 신나치주의이자 신파시즘이다. 그런 일을 할 생각을 어떻게 하나?”라고 분노했다.

알렉세이라는 조종사는 작은 목소리로 “우리가 그런게 아니다. 누구를 폭격하고 무엇을 폭격하라는 건 명령에 따랐다”고 했다.

막심과 동료 조종사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불만이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막심은 “내 부대원 모두가 반대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모두들 우크라이나에 친척과 친구들이 있다. 작전이 도네츠크에서만 있을 것이라고 명령받았고 온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부대는 우크라이나 전면 공격에 모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합쳐지기를 원한다면 협력을 구하면 됐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렇지만 강제로 그러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별도로 인터뷰한 러시아군 포로는 벨라루스를 통해 체르니히우를 향해 남하한 포병이었다. 그는 자신들의 부대를 향해 떠나라고 말하는 주민들을 상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곳에 파시스트는 없다”고 했다.

그 역시 자기 부대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자기 부대가 늪지에 빠져 장갑차를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며칠 동안 도보로 진군해 마을에 도착한 뒤 전투 끝에 항복했다고 했다.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로 진군했다는 또다른 병사는 “평화유지군으로 온 것이 아니라 전쟁하러 온 것이라는 게 금방 드러났다. 지휘관에게 무슨 일이냐고 따졌다. 그렇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탈영병을 죽이는 부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상대방에 민간인은 없다고 들었지만 민간인들이 있어서 걱정됐다. 명령 받은 것과 달리 미사일이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인에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항복했다”고 덧붙였다.

조종사 막심은 전투명령을 푸틴이 침공을 발표하기 전날 받았다면서 “갑자기 명령이 취소돼 출격했던 전투기가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일이 평화적으로 해결됐다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다시 우크라이나 중부 이지움과 추휘우 인근 표적 명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공격 대상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했다. “국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탱크가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진짜 탱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표적이 입력되지 않은 폭탄을 떨어트렸다”면서 “2차대전때 쓰던 것과 같은 주철로 만든 일반 폭탄을 썼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 포병으로 포로가 된 세르게이는 2월 23일 오전 10시 지휘관이 모두를 모아 놓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키이우를 점령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파시즘과 독재로부터 보호하라”는 푸틴의 명령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저지른 범죄와 똑같이 심판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수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군인도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관계를 바로 잡는데 몇 년, 몇 십년, 몇 백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