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춰”…러 국영방송 뉴스 난입 직원, 행방 파악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5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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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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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의 저녁 뉴스가 생방송되던 중 한 여성이 모스크바의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No War)’라고 쓰인 종이를 펼쳐 들었다. 앵커가 애써 태연한 듯 뉴스를 읽었지만 이 여성은 굴하지 않고 “전쟁을 중단하고 프로파간다(선전)를 믿지 말라.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약 4초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여성은 채널1의 편집자 겸 제작자인 마리나 옵샤니코바 씨(44)다.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그는 국영 언론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깜짝 시위’ 전 직접 촬영한 영상에서 “러시아는 침략국이며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남자, 푸틴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수년간 채널1에서 근무한 자신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선전을 해왔다며 “TV에서 거짓말을 하고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든 것이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때도 침묵했다며 “이 미친 짓을 멈출 힘은 러시아 국민에게 있다. 두려워 말고 시위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옵샤니코바 씨는 이날 깜짝 시위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그의 행방이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그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4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침공’ ‘전쟁’ 등으로 표현하거나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에 관한 보도를 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며 옵샤니코바 씨를 높이 평가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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