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가족들 위험해져”…우크라계 시민들 유엔본부 앞 반전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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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 공원에서 뉴욕 우크라이나계 시민들이 유엔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반(反)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 공원에서 뉴욕 우크라이나계 시민들이 유엔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반(反)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쟁은 안 된다”,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멈춰라”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 앞 공원.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소집된 가운데 본부 바로 앞 인도에서는 시위 구호가 울려 퍼졌다. 뉴욕에 사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들이 모국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유엔에 요구하기 위해 집회를 연 것. 200여 명의 시민들이 저마다 피켓을 들고 두 시간이 넘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 달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온 여성 릴리아나 후덜리 씨는 “부모님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에 왔고 나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우크라이나에 친척들이 있어서 항상 가깝게 느낀다”며 “요즘 세상에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 한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을 옥사나라고 밝힌 다른 여성은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고유의 문화와 역사가 있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라다. 우크라이나는 점령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를 비롯해 이곳에서 만난 우크라이나계 시민들은 “본국에 가족이나 친척들이 있어서 그들의 안위가 매우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국민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언제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 공원에서 뉴욕 우크라이나계 시민들이 유엔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반(反)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 공원에서 뉴욕 우크라이나계 시민들이 유엔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반(反)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우호단체를 이끌고 있는 월터 자리츠키 씨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을 공격할 수 있는 충분한 군대를 갖고 있다”며 “만일 그들이 로켓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곳의 우리 친척들이 상당수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세계 5대 곡물 생산국”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전 세계에서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히틀러나 스탈린에 비유한 피켓을 들고 나왔고, 인근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시위에 동참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19세기 후반 다른 유럽인들과 함께 대거 뉴욕으로 이주했다. 현재 뉴욕의 우크라이나계 시민은 약 8만 명으로 추산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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