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2차전 오스트리아와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해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 2026.06.22 알링턴=AP 뉴시스
“메시는 축구 선수로서 이미 많을 걸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도 신인의 자세로 훈련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잉글랜드 축구 스타 데이베드 베컴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팀 훈련에 처음 합류한 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FC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던 메시는 2023년 7월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었다. 베컴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리오 퍼디낸드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팀 훈련은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메시는 오전 6시 50분에 혼자 훈련장에 도착해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그를 ‘승자’로 만드는 것은 훈련장에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 떠나는 열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39세인 메시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여섯 번째 월드컵이다. 또래 선수들은 기량 저하와 부상 등으로 하나둘씩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메시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여전한 득점력을 뽐내며 20대 공격수들과 골든부트(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시는 23일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17일 알제리와의 J조 1차전(3-0·아르헨티나 승)에서 대회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을 작성했던 메시는 두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이날 월드컵 통산 17, 18호 골을 차례로 기록한 메시는 ‘독일의 폭격기’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은퇴)를 제치고 월드컵 통산 득점 단독 1위가 됐다.
메시는 월드컵에서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 앞선 4차례의 월드컵에서 6골에 그쳤던 메시는 2022 카타르 대회 때 7골을 넣더니 이번 대회에선 두 경기 만에 5골을 추가했다. 통산 18골 중 12골이 35세 이후에 나왔다. 메시의 맹활약 속에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하는 아르헨티나는 승점 6을 쌓아 요르단과의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메시는 이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 전반 9분 팀 동료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왼발로 찬 공이 오른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2018 러시아 대회와 2022 카타르 대회에서도 1차례씩 페널티킥을 놓쳤던 메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을 세 차례 실축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메시는 전반 38분 파쿤도 메디나(27·마르세유)의 땅볼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낚았다. 통산 17호 골로 월드컵 최다골 단독 1위로 올라선 순간이다. 이 골로 메시는 역대 세 번째로 월드컵에서 6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메시는 후반 추가시간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으로 쐐기 골이자 자신의 월드컵 통산 18호 골을 터뜨렸다.
미국 ESPN은 “팀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료들의 헌신이 메시가 35세가 넘은 나이에도 빛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메시는 팀의 수비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걸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다가 역습 상황이 되면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직접 골을 넣거나 동료의 득점을 돕는다.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는 동료들 덕분에 메시는 체력을 아꼈다가 공격 전환 시 폭발력 있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표팀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첼시)와 알렉시스 마칼리스테르(리버풀)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각각 22.5km와 21.7km를 뛰었다. 메시의 뛴 거리는 14.7km였다. 마칼리스테르는 “메시는 언제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가 득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메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미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그는 북중미 월드컵이 자신에겐 ‘보너스’ 같은 대회라고 말한다. 우승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 메시는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매서운 발끝으로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메시는 “특별한 마음으로 이 대회에 나서고 있다. 경기장에서 뛰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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