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병력을 늘리고 있는 정황을 처음 포착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 때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타이거팀’(Tiger Team)을 구성해 러시아 대응을 준비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 국방, 국무, 에너지, 재무, 국토안보부 등 정부 주요 부처의 전문가와 정보기관 책임자들이 모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취할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 이에 따라 미국과 동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담은 일종의 ‘각본’(playbook)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이 각본을 가지고 주요 부처의 장관, 부(副)장관 등이 참석한 도상 훈련 또한 두 차례 진행했다.
타이거팀이 상정한 시나리오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체 점령,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축출 가능성 등도 포함됐다. 또 서방의 경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때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방안, 동유럽으로 유입될 우크라이나 난민을 처리하는 방안 등도 담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처럼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소위 ‘검은 백조(black swan)’ 시나리오 또한 수십 건 상정해서 대응책을 준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영토의 일부만 장악해 경제적 피해를 극대화하는 쪽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병력이 약 26만 명이지만 국경지대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13만 명에 불과해 적은 병력으로 최대한의 타격을 가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의미다. 신문은 러시아가 700~800명의 직업 군인으로 구성된 대대전술단(BTG)을 선두로 공격을 가한 뒤 헬기와 공수부대를 투입해 도로, 교량 등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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