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金, 네이선 첸에 중국인들 “배신자, 원숭이 쇼 같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4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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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누리꾼들이 중국계 미국 피겨 선수 네이선 첸(22)에게 “배신자”라며 비난을 쏟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중국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첸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중국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는 해시태그 ‘미국 스케이터 천웨이 금메달’이 조회수 4위에 오르면서 수많은 인신공격성 댓글이 난무했다고 홍콩 차이나사우스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천웨이는 네이선 첸의 중국 이름이다.

해시태그에 달린 댓글에 따르면 중국 누리꾼들은 첸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배신자. 중국에서 나가라”는 말과 함께, “서커스 원숭이 곡예 같다”, “원숭이 쇼 같다” 등의 인신공격성 댓글을 퍼부었다.

이에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이유로 중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던 중국계 미국 스포츠 스타들이 최근에는 ‘반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앞서 첸은 “중국어에 유창하지 못하다”며 중국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비판한 미국 아이스댄스 선수 에반 베이츠 조 의견에 동조한 바 있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 때는 198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출신 무용수를 다룬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 OST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해 중국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첸은 “당시 순진하게도 전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며 “그냥 음악이 좋았을 뿐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첸은 자신에 대한 모욕성 댓글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중국계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만 말했다며, SNS를 하지 않아 온라인에서의 반응을 잘 알지 못한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첸은 “(나는) SNS를 하지 않아 나 스스로가 (악성 댓글들로부터) 보호받는 측면이 있다”며 “SNS가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첸 뿐만 아니라, 중국에 귀화한 스포츠 선수들도 중국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어에 서툴고 피겨 단체전 여자 쇼트 프로그램 경기 중 넘어진 주이 선수는 “중국 망신이다”, “중국어나 배워라” 등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다.

반면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어가 유창하고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에일린 선수에 대해는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한다.

두 선수에 대해 판이한 중국 내 여론을 두고 CNN은 “에일린 구도 한 번 삐끗하면 추락할 수 있다”며, 성적에 따른 극명한 온도 차이가 귀화 선수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실제로 에일린이 메달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불쾌감을 표했다. 또 에일린이 중국 정부에서 사용을 금지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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