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로 암 치료?”… 멜 깁슨 발언 뒤 처방 2배 증가[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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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캐스트에 출연한 멜 깁슨.
팟 캐스트에 출연한 멜 깁슨.
2025년 1월, 배우 멜 깁슨은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영향력 있는 팟캐스터인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4기 암이었던 친구 3명이 이제는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1300만 회 이상 조회된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The Joe Rogan Experience)’에서 이들이 구충제인 이버멕틴(ivermectin)과 펜벤다졸(fenbendazole)로 암을 치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버멕틴이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고품질 근거는 없다. 심지어 펜벤다졸은 동물용 약물이다.

그럼에도 해당 방송 이후 몇 달 동안 이 약물 처방이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13일 ‘미국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다. 처방 증가 폭은 남성, 백인 환자, 미국 남부 지역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증가는 암 환자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2025년 1~7월 처방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종양 전문의들은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환자들이 입증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한 채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들은 소셜미디어, 유튜브, 인공지능(AI) 챗봇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뿐 아니라 잘못된 건강 정보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암 환자들은 절박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허위 정보에 취약할 수 있다.

논문 제1 저자인 버지니아공대 카릴리온 의과대학 미셸 록웰 조교수는 “이런 정보원에서 잘못된 건강 정보가 공유되면 매우 빠르게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버멕틴과 펜벤다졸 같은 벤즈이미다졸계 약물을 같은 날 처방받은 환자들을 분석했다. 다만 연구 자체는 멜 깁슨의 발언이 직접적으로 처방 증가를 일으켰는지 입증하기 위한 설계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버멕틴과 벤즈이미다졸 병용 처방률 자체는 여전히 매우 낮았다. 2025년 1~7월 동안 환자 10만 명당 약 4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두 약물 처방률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팔랐다.

종양 전문의들은 최근 환자들이 친구 이야기를 듣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접한 뒤 이런 약물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일리노이대 암센터 종양내과 전문의 시카 제인은 특히 이버멕틴의 경우 건강 허위 정보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뉴욕 타임스에 설명했다.
이버멕틴(ivermectin)은 구충제로 승인된 약물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버멕틴(ivermectin)은 구충제로 승인된 약물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버멕틴은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로 기생충 감염·머릿니·주사비(딸기코) 치료에 사용된다. 다만 일부 동물·세포실험에서 항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며, 현재 면역치료와 병용하는 임상시험도 일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사람의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뚜렷한 근거는 없는 상태다.

이번 연구는 실제 구충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실제 예후나, 다른 치료와의 병행 여부를 분석하지 않았다. 또한 누가 암 환자들에게 이런 약물을 처방하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전 연구에 따르면 기존 암 치료 대신 대체의학을 선택한 환자들이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일부 환자가 의료진 조언에도 불구하고 이버멕틴을 복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다시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도 있었고, 몇 달 뒤 암이 악화된 상태로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암 전문의들은 온라인에서 퍼지는 개인 경험담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보다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표준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6.16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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