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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이 한 컷 덕분에… 팔다리 없는 시리아 아이, 기적을 만났다[사람, 세계]

입력 2022-01-25 03:00업데이트 2022-01-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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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땅에서 지난해 이탈리아 시에나 국제사진전에서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된 터키 사진가 메흐메트 아슬란의 작품 ‘삶의 고단함’. 시리아 내전 공습으로 오른 다리를 잃은 아버지가 사린가스 공격에 노출돼 팔다리 없이 태어난 아들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시리아의 비극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에나 국제사진전 홈페이지


삶의 고단함


폭탄에 오른다리 잃은 아빠
임신중 신경가스 마신 엄마
태어난 아기는 선천성 기형


올해 여섯 살인 무스타파는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6년 무스타파를 임신한 어머니는 신경가스 공격을 당해 약물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를 안 받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태아도 살기 어려웠다. 목숨을 건진 대가로 무스타파는 사지가 없는 선천성 기형을 얻었다.

무스타파의 아버지 문지르 엘 네젤(33)은 오른쪽 다리가 없다. 아내가 가스 공격을 받던 날, 시장에 갔다가 폭탄이 터졌다. 이들이 머물던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는 공습이 일상이라 ‘벽 없는 감옥’이라고 불렸다.

네젤 부부는 무스타파를 데리고 2016년 터키 난민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공습을 피하긴 했지만 무스타파에 대한 치료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지난해 1월 난민촌을 찾은 터키의 사진작가 메흐메트 아슬란은 무스타파 부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왼쪽 다리만 있는 아버지가 목발에 기댄 채 사지가 없는 아들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의 제목은 ‘삶의 고단함’. 지난해 이탈리아 시에나 국제사진전에 출품돼 5만 개 출품작 중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됐다.

다시 찾은 삶


사진전 출품 이후 성금 답지
치료 위해 伊 이주도 지원
여섯살 무스타파 “고마워요”


희망의 땅으로 사진 속 아버지와 아들이 21일 이탈리아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휠체어에 탄 아버지가 아들 무스타파를 들어 올린 채 웃고 있다. 사진전 주최 측의 도움으로 이탈리아로 이주하게 된 부자는 전문 의료진의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의료진은 “무스타파가 인공사지에 적응하면 혼자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마=AP 뉴시스
작품 설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무스타파가 조금 더 자라면 인공 팔다리가 필요할 텐데 터키에선 구할 수 없다.’ 작가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무스타파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지만 거의 집에만 머문다. 움직이려면 부모가 안아주거나 두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무스타파가 의족을 구하는 데 이 사진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이탈리아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사진전 주최 측은 무스타파 부자의 치료를 위해 10만 유로(약 1억3500만 원) 넘게 모금했다. 하지만 터키에 마땅한 치료기관이 없어 무스타파 가족의 이탈리아 이주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주최 측은 이탈리아 외교부와 병원, 자선단체 등을 설득해 지원 약속을 받았다. 사진전 창립자인 루카 벤투리는 “난민 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무스타파가 방방 뛰고 몸을 굴리면서 좋아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무스타파 가족은 21일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치료를 맡은 의료기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무스타파는 커서 운전도 하고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서 무스타파는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오르며 “우리가 가고 있어요. 고마워요. 우리는 이탈리아를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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