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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스웨덴 작곡가들 한국 ‘떼창’ 정서 이해… 한국말 한마디 못하지만 케이팝 만들어”[사람, 세계]

입력 2022-01-28 03:00업데이트 2022-01-2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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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 장악했던 작곡가들, 이제는 한국으로 눈 돌려
BTS-레드벨벳 등 히트곡 여파… 너도 나도 케이팝 작곡 나서
스웨덴 작곡가인 요나탄 구스마르크, 루드비그 에베르스(위 사진 오른쪽)가 그동안 작곡에 참여했던 케이팝 그룹 레드벨벳, 슈퍼M, NCT, 샤이니 등의 히트곡 기념 장식을 늘어놓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위쪽 사진). 케이팝 작곡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엘렌 베리-모아 칼레베케르는 지난해 스웨덴 정부로부터 음악수출표창을 받았다(아래 사진). 문샤인, 모아 칼레베케르 인스타그램
BTS의 곡 ‘We are Bulletproof: the Eternal’의 작곡가 명단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엘렌 베리가 있다.

베리는 대중음악 전문학교 학생이던 9년 전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를 듣고 너무 낯설어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케이팝을 만드는 스웨덴 작곡가 수십 명 중 하나다. BTS, 레드벨벳, ITZY 등 한국의 대표 아이돌 그룹 곡 제작에 참여한 베리는 이젠 ‘아이 갓 어 보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노래는 전혀 다른 곡 다섯 개를 하나의 곡에 담았어요. 케이팝에서 역대 가장 미친 노래 중 하나(one of the craziest K-pop songs ever)죠.”

베리와 함께 케이팝 작곡을 하는 모아 칼레베케르는 “케이팝은 각 멤버가 나올 때마다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에 랩과 강약 포인트를 여러 곳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일반 팝송보다 다채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딱 두 마디뿐이지만 작업에는 전혀 문제없어요.”

미국 팝을 장악했던 스웨덴 작곡가들이 이제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하지만 케이팝 전문 작곡가가 스톡홀름에만 수십 명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작곡가들은 한국인들이 ‘떼창’을 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는 조미쉘(본명 조민경) 싱잉비틀 대표는 “스웨덴 작곡가들은 한국인에 대한 정서적 이해가 있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잘 쓴다”고 했다. 내수 시장이 작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스웨덴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대중음악 시장 3위의 강국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특히 두드려져 케이팝의 선율과 사운드에 최적화된 재능을 가진 작곡가들이 많다.

케이팝 작곡가들의 명성은 스웨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칼레베케르는 ‘2021 스웨덴 작곡시상식’에서 스웨덴의 전설적 프로듀서인 맥스 마틴을 제치고 ‘국제적 성공’ 부문을 수상했다. 해당 부문 후보에 올랐던 작곡가 루드비그 에베르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케이팝 작업을 하면 ‘미국이나 유럽 뮤지션과 일을 하지 못해 변변찮은 일을 한다’고 무시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도 케이팝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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