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한국, 우리 장관 연설 당일 돌연 취소 결례”… 韓외교부 “모든 상황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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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4차산업혁명위 화상 콘퍼런스
대만에 ‘참석말라’ 메일로 통보
대만 “주권 문제”… ‘中 눈치’ 해석
韓 “대만과 실질 교류 계속 증진”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뉴스1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뉴스1
한국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한 당일 대만 장관급 인사의 연설을 갑자기 취소했다며 대만 정부가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대만 외교부가 20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 따르면 탕펑(唐鳳·40)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16일 주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한국 측이 당일 오전에 이를 취소했다. 대만 외교부는 “한국 측의 결례에 대해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 대표를 불러 강력한 불만을 전달했다”며 “한국에 있는 대만 대표처도 한국 측에 대만 정부의 엄정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은 독립국이고 세계 각국과 교류 및 왕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국가 주권과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대만 언론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한국 측은 연설 취소 사유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여러 측면에 대한 고려’라고 알렸다. 중앙통신사는 “한국 측이 탕 위원에게 연설을 요청한 것은 3개월 전인 9월이었고, 취소를 통보한 것은 행사 당일 오전 7시 50분(한국 시간 오전 8시 50분) 이메일을 통해서였다”고 보도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16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각국 정부 관계자와 학자, 전문가, 기업인 등이 참석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탕 위원은 이날 오후 4시 45분∼6시 진행되는 ‘사회혁신’ 세션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탕 위원은 이달 9,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화상으로 진행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대신해 대만 정부 대표로 참석했었다. 당시 탕 위원이 발언하면서 대만과 중국을 서로 다른 나라로 표시한 세계지도를 화면에 띄우자 화면이 갑자기 검게 변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외신은 “백악관이 송출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국무부는 “화면 송출에 혼선이 있어 탕 위원의 영상이 삭제됐다. 실수였다”고 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대만 측 참석 문제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대만과 비공식적 실질 교류를 지속 증진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대만 장관 연설 취소#대만 정부 항의#4차산업혁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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