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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 ‘쇼핑대란’에… 구매 알선 유튜버-싹쓸이 거래꾼까지 등장

입력 2021-12-14 03:00업데이트 2021-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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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물류난… 연말쇼핑 ‘별 따기’… ‘재고 없음’ 메시지 2년새 258%↑
유튜버, 업체 내부정보 빼내 방송… 구매 확정땐 실시간으로 팁 챙겨
매크로 이용해 제품 대량 선점 뒤… 비싸게 되파는 ‘그린치 봇’도 등장
성탄 트리-크림치즈도 공급부족
비어 있는 진열대 미국 뉴욕시 한 마트의 진열대가 일부 비어 있다. 연말 쇼핑시즌이 한창이지만 공급망 대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오늘 여러분이 모두 ‘플레이스테이션5’(PS5)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건이 들어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편히 계셔도 됩니다.”

17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미국 유튜버 J 씨는 이달 초 ‘타깃(미국의 유통업체)에서 PS5 구입하기’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에서 수천 명의 시청자를 상대로 이같이 말했다. 그가 타깃에 물건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지금이에요. 갑시다”라고 외치자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통해 소니의 최신 게임기 PS5 구입을 시도했다. 얼마 후 한 시청자가 “드디어 구입했습니다. 조카 선물 하나 마련했네요”라며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5달러(약 5900원)를 J 씨에게 팁으로 건넸다. J 씨는 시청자들에게 팁을 받고 인기 게임기 구입을 도와주는 전문 유튜버다. 그는 유통업체의 내부 정보 등을 이용해 언제 어느 쇼핑몰에 물량이 풀릴지를 파악한 뒤 이를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독자들에게 전달한다.

PS5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같은 인기 게임기는 과거에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구입하기 쉽지 않았지만 올 연말에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미국에서는 공급망 위기와 팬데믹 여파로 제품 품절과 배송 지연이 일상화되면서 한정된 상품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말 쇼핑대란 속에서 J 씨처럼 상품 구매를 도와주는 전문 유튜버들은 성업 중이다.

연말 쇼핑시즌 속에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원하는 물건을 구하기도 어렵고, 찾았다 해도 비싼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도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11월 한 달간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재고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뜬 경우는 2년 전인 2019년 11월보다 258%나 늘었다. 같은 달 온라인 물가(어도비 디지털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5% 상승해 201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최근에는 일명 ‘그린치 봇(Grinch Bot)’이 등장해 소비자들을 더 위협하고 있다. 그린치 봇은 컴퓨터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장난감이나 전자제품 등을 대량 선점한 뒤 이를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크리스마스를 싫어해 사람들의 선물을 훔치고 다니는 애니메이션 영화 ‘그린치’에서 따온 이름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빅토리오 씨는 최근 출시된 포켓몬 프리미엄 컬렉션 카드를 구하려 했지만 인터넷에는 이런 그린치들만 판을 치고 있다. 그는 ABC방송에 “원래는 120달러짜리인데 온라인에서 300달러, 심지어 600달러에도 팔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공급난이 심화되자 유통업체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 다른 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출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 대신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배송 비용의 증가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등 미국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인기 상품들은 물량 확보가 되지 않아서 진열대가 통째로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는 미국인들의 연말 필수품인 크리스마스트리마저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생나무 트리의 경우 수송비와 인건비 상승,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비싸졌고,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모조품 트리도 물류 대란의 충격으로 품귀 현상이 일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된 아침 메뉴 중 하나인 베이글 빵에 발라 먹을 크림치즈마저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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