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너무 빨랐나…‘관광 기피국’ 된 영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4일 1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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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런던=AP/뉴시스
‘해리포터의 나라’이자 빅벤 시계탑, 타워 브릿지, 대영박물관 등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갖춘 영국이 최근 유럽에서 대표적인 ‘관광 기피국’으로 꼽히고 있다고 미국 CNN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영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CNN은 이날 ‘영국은 어떻게 유럽 관광의 병자(病者)가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관광 산업의 심각한 상황을 분석했다. 영국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코로나19 사태와 입국 제한 조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영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1110만 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4090만 명)보다 73% 줄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74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보다 82% 감소한 것.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관광산업을 회복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웃국가 프랑스는 올해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페인과 터키도 2019년과 비교해 각각 64%, 74% 수준의 관광객을 회복할 전망이다. 그리스도 펜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80% 이상 수준의 관광객이 방문할 전망이다. 백신 접종과 자가 격리 기간 단축,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 덕분으로 보인다.

반면 영국은 자국 관광업계에서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CNN은 유럽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행 및 방역수칙 관련된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종주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백신 접종 완료율은 뒤처진 상황이다. 영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69% 미만이다. 반면 영국보다 늦게 접종을 시작한 포르투갈은 87%를 넘어섰다.

영국이 너무 빨리 방역 조치를 완화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많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반면 영국은 마스크 의무착용 지침을 해제했다. 이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한 병원을 방문한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사람들과 접촉하고 다녔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탓에 9, 10월 영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를 훨씬 웃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최근 4주 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나라는 미국이다. 그 다음이 영국이다. 미국 인구는 3억3000만 명, 영국 인구는 67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영국의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CNN은 이 같은 상황 탓에 여행객이 영국행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관광객들은 영국을 ‘전염병이 도는 섬’으로 부른다고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이후 다른 유럽 국가 국민들이 영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바뀌었다는 점도 관광 침체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전에는 같은 EU 소속 국가 끼리는 자국 신분증만 있으면 입국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EU 국가에서 영국으로 입국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한 영국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권이 필요한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유럽 사람들의 4분의 3은 유럽 여행을 다닐 때 여권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월부터 개편된 면세 쇼핑 제도, 에너지 부족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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