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플레 전쟁 시작된다…미국발 금리인상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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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4일 0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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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날뛰는 물가까지 잡아야 하는 이중고에 휩싸였다. 코로나19에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수요는 급증하지만 꽉 막힌 공급망에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가팔라졌다.

전세계가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제히 돈을 찍어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다. 지난 2년간 풀린 돈의 양만큼이나 인플레 압박은 커졌다. 결국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조기 긴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美 테이퍼링 직후 英 금리인상”

당장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을 것으로 보인다. 매월 1200억달러어치 채권을 매입하는 부양프로그램을 이르면 이달 혹은 내달 축소(테이퍼링)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테이퍼링을 공식 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은 내년 6월 끝나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1일 CME그룹의 금리선물가격을 보면 내년 말까지 금리가 최소 2차례, 0.5%포인트(p) 오를 확률은 거의 80%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 9월 FOMC 직후 내년 2회 금리인상 확률은 20%에 불과했다.

이번 FOMC 직후 영국은 201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정례 정책회의를 마치는 4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현행의 0.1%에서 0.25%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금리가 오르면 201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당장은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브라질, 싱가포르, 한국, 뉴질랜드 등은 모두 최근 기준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며 내년 초 금리인상 신호를 시장에 전달했다.

◇美 핵심물가 30년래 최고 vs. “과열 아니다”

미국에서 한 달 사이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확산한 것은 치솟는 인플레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와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지수(PCE)는 9월 3.6% 뛰었다. 핵심 PCE는 5월 이후 계속해서 거의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했다. 임금까지 오름세다. 3분기 고용비용지수는 전분기 대비 1.3% 올랐는데, 2001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인플레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망 정체가 풀리고 팬데믹이 통제되면 물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 의장 출신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 경제가 과열상태가 아니라며 팬데믹을 넘기면 압박이 풀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인플레가 아니라 물가가 떨어지며 성장도 후퇴하는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는 최근 미래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미국 대기업들이 이른바 ‘창조적 파괴’의 경제에서 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혁신에 투자하는 대신 즉각적 이익과 배당을 원하는 단기 주주들의 구미만 맞춰 레버리지(부채)를 일으킨다. 결국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들은 한물간 제품을 헐값에 팔아야 하고 이는 결국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는 우드는 설명했다.

◇조기긴축->침체+인플레= ‘스태그플레이션’

하지만 예상보다 물가 상승속도는 가팔라지며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하고 있다. 수요성장에 따른 이른바 ‘좋은’ 인플레이션은 내년이면 완화하고 물가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덜 올랐던 서비스 비용이 뒤늦게 오를 개연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특히 구인난에 따른 최근 임금상승이 지속된다면 서비스 비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수 있다. 생산성 향상으로 임금이 오른다면 성장을 촉진하겠지만, 단순히 팬데믹으로 부족해진 노동 공급 부족으로 임금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더욱 촉발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인플레 압박에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려도 문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경제적 수요를 끌어 올리거나 내려서 기능한다. 지출이 너무 빨리 늘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금리를 인상해 대출비용을 높여,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을 억제하는 식이다.

하지만 공급망이 붕괴하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며 노동력이 부족하면서 발생한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통하지 않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침체와 인플레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치명적 정책실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캐나다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진 보이빈 블랙록투자 전략가는 “수요가 밀어 올린 인플레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번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일반적 인플레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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