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군은 연약한 ‘딸기 병사’… “훈련 중 무료해 전쟁영화 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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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하나다)’을 주장하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군은 방어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국방부와 행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최근 대만 국방부가 자체 워게임(전쟁 시뮬레이션)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작전을 막아냈다고 한 것과는 정반대다. 대만군의 빈약한 훈련과 저조한 사기, 젊은이들의 병역 기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약 16만 명의 정규군을 보유한 대만은 매년 약 8만 명을 징집한다. 예비군은 220만 명이다. 기본 군사훈련은 4개월 간 진행되는데 일부 사격 훈련을 제외하곤 낙엽 청소, 타이어 옮기기, 잡초 뽑기 등 ‘잡무’가 대부분이다. 최근 대만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과잉보호 아래 자라난 세대로 스스로를 ‘딸기 세대(strawberry generation)’라고 지칭한다. 무른 딸기처럼 연약하다는 뜻이다. WSJ와 인터뷰 한 전현직 대만 군인들은 스스로를 ‘딸기 병사’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훈련 중 무료해 미국 전쟁영화를 봤다”, “군에서 독서, 그리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WSJ는 대만 젊은이들이 군을 ‘과거의 권위주의적 유산’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의무복무 기간은 2년인데 일부 청년들은 햄버거를 폭식해 체중을 늘려 병역을 회피한다. 전직 미국 해병대 대령 그랜드 뉴섬은 “대만군은 국방자금도 부족하고 예비군 시스템도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인들은 중국과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지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하지만 대만의 기대처럼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위해 나서줄 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 방어’를 언급했다가 백악관이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며 이를 수습했다. 전문가들은 “워싱턴의 작은 제스처도 중국을 자극해 미국이 해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며 군사적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WSJ에 말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대만의 13배다. 전현직 미국 관료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WSJ에 “대만이 중국의 상륙작전을 저지하고 미국이 개입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선 어뢰, 순항미사일 배치에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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