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인난에 패스트푸드 체인 본사직원도 영업점서 닭 튀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3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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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핑거로 유명한 미국 남부 지역의 패스트푸드 체인 ‘레이징 케인’은 최근 수백 명의 본사 직원들에게 튀김 요리와 계산대 업무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최근 음식점 업계의 인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본사 직원들까지 영업점포로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에이제이 쿠마란 최고경영자는 CNN방송에 “지금은 전례 없는 시기라서 모두가 다 도와야 한다”며 “(인력 확보를 위해) 종업원들의 급여도 올려줄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기업들의 인력난으로 공급망 붕괴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퇴사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임금을 올리게 되고, 이는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크다. 기업들의 인력 부족이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오는 것이다.

12일 미국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 동안 43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2.9%에 해당하는 것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종에서 90만 명 가까이가 한 달 새 직장을 관뒀고, 소매업종(72만 명)에서도 자발적 퇴사자가 많았다. 기업들의 구인 규모는 8월 말 현재 1040만 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7월(1110만 명)에 이어 계속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실제 뉴욕 등 대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직원 구함’이라는 간판이 달린 가게나 음식점이 자주 눈에 띈다.

실업자들 간 구직 경쟁이 벌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해 비상이 걸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근로자들 사이에서 기존 직장을 관둬도 더 좋은 곳으로 재취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근로시간이나 급여에 대한 불만을 참지 않고 더 좋은 기회를 찾기 위해 일자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기업들은 떠나려는 직원들을 잡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보상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해 미국의 노동인구 자체가 줄어든 점과 당장 일자리를 그만 둬도 주당 수백 달러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을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일터를 떠나는 것에 영향을 줬다.

문제는 기업들의 이런 구인난이 최근의 공급망 불안을 악화시켜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기업들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런 노동력 부족은 미국의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금융시장 연구기관인 FWDBONDS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요즘 거리를 다녀보면 가게들마다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며 “근로자 부족은 미 전역의 공급망 붕괴를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망 불안 현상이 향후 최소 몇 달 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항만에서 시작된 물류대란이 미국 전역의 공급망에 연쇄적인 영향을 주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도나 트럭, 항만, 노조 등 민간부문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서부 항만 노조 지도부와 월마트, 홈디포 등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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