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은 공동부유 걸림돌”… 부동산 규제 쏟아내는 中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1-10-07 03:00수정 2021-10-0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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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중국 베이징 남서부 팡산구에 있는 한 아파트 공사 현장. 톈안먼 광장에서 차로 약 1시간 걸리는 이 아파트의 가격은 당국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올해 초 선분양 때보다 1㎡당 최대 7000위안(약 129만 원)이 떨어진 상태다. 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남서부 팡산(房山)구에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았다. 대형 타워크레인 10여 대가 있었지만 이날은 비 때문인지 공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이곳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그간 부동산 개발 열기가 높지 않았으나 최근 몇 년간 중국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속속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 만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초 분양 당시만 해도 1m²당 가격이 2만9000위안(약 535만 원)이었지만 현재 2만4000위안(약 443만 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당국이 대출규제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놓고 대형 부동산회사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까지 불거진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당국은 7월 상하이, 광저우 등 집값이 많이 오른 13개 시 담당자들을 베이징으로 불러 ‘예약 면담(웨탄·約談)’을 실시하며 집값 안정에 나서라고 독촉했다. 웨탄은 형식적으로는 면담 형태지만 공개 경고 겸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규제를 쏟아냈다. 올해 1∼7월 중국 전역에서 발표된 부동산 규제는 352건에 달한다. 특히 당국이 웨탄을 실시한 7월에만 66차례 발표됐다.

선전·둥관·베이징… 상승 주도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곳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남부 광둥성 선전이다. 선전과 그 일대의 집값 상승세가 워낙 가파른 탓에 당국은 올해부터 아예 선전의 공식 집값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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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부동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선전의 평균 집값은 지난해 11월 1m²당 8만1757위안(약 1508만 원)을 기록했다. 협회가 2005년 조사를 시작한 후 주요 도시 집값이 1m²당 8만 위안을 넘은 것은 처음이었다. 선전 집값은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1m²당 8만7957위안(약 1622만 원)까지 올랐다. 한 해 전보다 34.3% 상승한 수치다.

중국은 상업시설 밀집도, 소비 규모, 잠재력 등을 기준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1선 도시’, ‘신(新)1선 도시’, ‘2선 도시’ 등으로 구분해서 관리한다. 1선 도시는 선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4곳. 4개 도시의 집값 상승은 바로 아래 단계인 신1선 도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1선 도시 중 최근 ‘차세대 선전’으로 꼽히는 선전 북부 둥관의 집값 상승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둥관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47.11% 올라 중국 전체 도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인근에 좋은 초중고교가 있어 명문학교 진학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학군 좋은 지역, 즉 ‘쉐취팡(學區房)’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시청(西城)구는 ‘중국판 8학군’으로 불리며 그중에서도 신원화제(新文化街) 지역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부동산 전문매체 러쥐왕(樂居網)에 따르면 올해 초 베이징 시청구의 한 쉐취팡에서는 집값이 1m²당 40만 위안(약 7359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3.3m²(1평)에 2억4000만 원이 훌쩍 넘은 것이다. 러쥐왕은 “이 가격에도 20m² 내외의 작은 집들이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고 전했다.

규제 쏟아내는 지방정부

중앙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선전시 당국은 7월 15일 소위 ‘7·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베이징 상하이 등 타 지방 사람들의 부동산 구매를 막기 위해 후커우(戶口·한국의 호적과 비슷한 제도)를 가진 사람에게만 주택 구입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전에서 5년간 직장을 다닌 사람은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으나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국은 집을 더 많이 구매하기 위해 일부 부부가 위장이혼으로 가구를 분리하는 것도 금지했다. 또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3년까지는 한 가구로 간주하고 두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주택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주택 거래 시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주택 보유기간 조건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대폭 늘렸다.

베이징은 쉐취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당국과 주택 당국이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한 아파트에서 특정 초등학교나 중학교 1곳으로만 진학했으나 앞으로는 학군 범위를 넓혀 한 아파트에서 2, 3개 학교를 지원하도록 했다. 특정 학교가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 교사 순환 근무제도 도입했다.

“부동산 급등, 양극화 주범”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4%, 토지 구매 비용까지 고려하면 25%까지 올라간다.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곧 경기 침체와 직결될 수 있다. 이런 우려에도 당국이 집값 잡기에 나선 것은 우선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풀린 자금이 대부분 부동산으로 흡수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특히 이 사안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과도 직결된다. 시 주석은 8월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며 공동부유(共同富裕) 개념을 주창했다. 내년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추구하는 그는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양극화와 교육 격차가 어지간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심해지면서 ‘부동산 안정이 없는 공동부유는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3월에도 쉐치팡을 언급하며 교육 공정을 강조했다.

강력한 규제 여파로 일단 집값 상승세 자체는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시청구의 일부 학군은 최근 한 달 사이 거래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거래 가격도 3∼5% 떨어졌다. 같은 기간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가 몰려 있는 중관춘(中關村) 지역에서도 1m²당 평균 집값이 16만∼18만 위안에서 13만∼15만 위안으로 하락했다.

나머지 대도시도 비슷하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7월 선전 주택 거래량은 2575채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가격 역시 전달 대비 0.2% 하락하며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상하이의 8월 주택 거래량은 전월 대비 24.2%, 전년 동기 대비 39.5% 감소했다.

다만 4대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에서는 유의미한 집값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쉐취팡에 대한 선호 또한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 성적이 신분 상승 수단으로 여겨지는 중국 현실을 감안할 때 시 주석이 아무리 공동부유를 외쳐도 학군 좋은 집으로 몰려드는 학부모를 막는 것이 쉽지 않다. 리위자(李宇嘉) 광둥성 부동산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이번 규제 효과는 짧게는 2, 3개월, 길게는 8개월 지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 아닌 ‘수급’이 집값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를 옥죄는 방식만으로는 집값 안정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집값 급등#부동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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