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맞서려…케냐 할머니들 사이 ‘태권도 열풍’

뉴시스 입력 2021-09-23 16:15수정 2021-09-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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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태권도 열풍이 불고 있다. 성폭행 범죄의 표적이 된 고령층 여성들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태권도 수련에 나선 것이다.

AP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나이로비 코로고초 빈민가에서 60세부터 90세가 훌쩍 넘는 여성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 수련장에 모여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권도 수업이 열리는 코로고초와 같은 빈민가는 과부와 미혼모들이 많이 거주해 성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성범죄가 급증했는데, 케냐 정부는 전국적으로 최소 5000건의 성폭력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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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따르면 범인들은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인 경우가 많고, 이를 범죄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태권도를 배우기로 한 것이다.

태권도 수업을 이끄는 수석 트레이너이자 이 그룹의 리더인 제인 와이타게니키마루(60)는 “지각하면 윗몸일으키기와 팔벌려뛰기를 할 정도로 모두 진지하게 수련에 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의 나이가 110세 전후라고 주장하는 수강생 왐부이 은조루지는 나무 막대를 이용해 샌드백을 치며 가해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훈련을 했다.

또 다른 수강생 에스더 왐부이무레티(72)는 “어느 날 잘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강간을 당할 뻔 했지만, 그땐 날 지킬 능력이 없어서 소리만 질렀다”며 “지금 같은 훈련을 받았더라면 가해자의 눈을 찌르고 중요 부위를 걷어찬 뒤 인근 경찰서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76세 앤 와이테라는 “노년층 여성은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보균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 같다”며 “나 역시도 수차례 성폭행 시도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의 기억 탓에 이 수업을 듣게 됐고,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과 가해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젠 큰 소리로 ‘안돼, 안돼, 안돼’라고 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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