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보고서에 ‘한국’ 74차례 등장… 반도체 공급망 강조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6-09 17:32수정 2021-06-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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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21.5.22/뉴스1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정부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백악관은 8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급망 회복력 구축 등에 관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뒤, 주요 부처 장관을 일제히 불러 모아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최근의 반도체 부족 사태를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서 세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 부문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많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심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역할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보고서에는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글로벌 포럼을 열자는 제안도 들어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 회복력에 관한 ‘글로벌 포럼’을 열어야 한다”면서 핵심 동맹국들의 정부 인사와 민간의 이해 당사자를 이 회의에 초청할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에 반도체 공급망을 주제로 삼성전자 등 각국의 반도체 제조 및 수요기업들을 불러 화상회의를 직접 연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챙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터 해럴 백악관 국제경제·경쟁력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포럼과 관련해 ‘국가 정상급 레벨’의 모임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이 성사되면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도 당연히 초청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25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한국’이 74차례나 등장하고 ‘삼성’, ‘SK’ 등 한국 기업 이름도 여러 차례 나온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또 미국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미국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핵심 동맹국이 많이 모여 있는 유럽과는 이미 반도체 공조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이달 15일 열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합의문 초안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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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보고서 발표 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해, 내무부 농무부 교통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 식품의약국(FDA)의 수장들을 한꺼번에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의 공급망 확보 계획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재무부 부장관도 참여했다. 사실상 전 부처가 힘을 모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부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들은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정부 내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산업계 노동계 환경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과 협력하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민간 기업들도 공급망 강화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민간 부문이 이 위기에 대응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미라 파질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급망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취약성에 대처하려면 민간 영역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은 민간 기업 뿐 아니라 해외 동맹국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미국 혼자서는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처할 수 없다”며 “국내 생산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하는 와중에도 우리가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필수 품목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반(反)중국 협의체인 쿼드(Quad)와 주요7개국(G7)을 협력 대상으로 거론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겨냥해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무역 기동타격대’를 설치하고, 핵심 자원의 중국 의존도는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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