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안(41)이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폭스뉴스 2021년 5월 27일(현지시간)자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북단체 ‘자유 조선’ 활동가 크리스토퍼 안(41)의 스페인 이송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두고 미국과 국내에서 관심이 뜨겁다.
미국 해병대 출신인 한국계 미국인 안 씨는 2019년 2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혐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체포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안 씨는 당시 대사관을 습격한 주범으로 지목된 아드리안 홍 창의 ‘오른팔’이라고 스페인 언론은 소개한 바 있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당시 습격에는 안 씨와 아드리안을 비롯해 샘 류, 그리고 탈북민 1명을 포함해 한국인 5명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를 제외한 이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일어난 사건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인 정부는 안 씨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고,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된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는 진 로젠블루스 판사 주재로 안씨의 송환 여부를 가리는 1심 재판이 열렸다. 미국과 한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미 폭스뉴스는 27일(현지시간) 안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안 씨 측은 당시 대사관을 습격한 건 북한 외교관들과 합의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거짓을 말하며 탈북을 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씨는 “증거와 상식에 기반하면 어느 쪽 말이 더 믿을만 한지는 너무나 분명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법적인 이유로 대사관 안에서 있었던 상세 내용은 함구했지만, 그곳에 간 이유는 그들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씨는 “그들은 북한 주민인 동시에 부모다. 그들은 평생 속아 살다 서구 국가에 와서야 그들이 들은 것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녀를 위해 뭘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면서 “나는 그들의 삶을 구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안 씨에 따르면 자유조선은 김정은 체제에 반대하는 북한 고위 인사들의 탈북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의 탈북을 돕는 계획에 가담했지만, 대사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꿨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안씨는 특히 2017년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노동당 총비서의 친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도피를 도운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안 씨가 미국땅을 떠나 스페인으로 송환될 경우 북한 정권이 그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안 씨와 지지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안 씨는 “법원은 내가 미국을 떠나면 내 목숨과 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인정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법원은 내게 미국에서도 위험하지만 미국을 떠나면 그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도 내가 미국을 떠나면 살해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그런 법무부가 나를 보내려 하고 있다.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는 2016년 북한에 여행을 갔다 억류된 뒤 잔혹한 고문을 받고 22세의 나이로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증인으로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신디 웜비어와 프레드 웜비어 부부는 안 씨의 탄원을 요청하기 위해 오하이오에서 LA까지 날아왔다.
안 씨는 폭스뉴스에 “어제 재판 내내 가장 아팠던 부분은 신디가 오토의 얘기를 할 때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와 가족, 오토가 겪은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그런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나를 돕는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스쿨(국제법 및 외교대학원)과 김구재단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이성윤 교수도 증인으로 참석해 안 씨가 이송되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법정에서 “북한은 유럽을 포함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목표를 추구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북한은 암살 타깃을 정하면 만료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안 씨가 스페인으로 송환되면) 그들은 스페인에 있는 안 씨를 찾으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블루스 판사가 안 씨의 범죄인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안 씨는 “스페인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내 사건은) 미국 정부가 다른 국가에 의해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한 최초의 사례”라면서 “그러나 거의 전적으로 북측의 증언에 근거한 사건이다. 이게 잘못된 이유는 그들이 생계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은 안 씨 일행이 대사관을 습격해 그들을 폭행하고, 심지어 인육을 먹었다는 증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씨는 “미국 정부 체계와 법체계를 믿고 있다. 비록 이런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미국 국민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논리와 상식, 그리고 이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승리할 것이란 믿음을 갖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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