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묶고 가위로 귀 잘라”…미얀마 10대에 가해진 극악한 고문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28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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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군부에 끌려가 폭행 당한 15세 청년의 등에 남은 모진 고문 흔적.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군부에 끌려가 폭행 당한 15세 청년의 등에 남은 모진 고문 흔적.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지난 4일 군부에 끌려갔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A는 익명을 요구한 채 CNN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은 CNN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4일 군부에 끌려갔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A는 익명을 요구한 채 CNN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은 CNN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군인들이 내 두 손을 등 뒤로 묶었어요. 그리고는 작은 가위로 귀를 자르고, 콧등을 자르고, 목과 목구멍 안쪽을 찔렀어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민주화를 요구하다 붙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돌아온 미얀마 청년 A(19)는 2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군인들은 유리병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고, 나를 두드려 패고, 총을 겨눴지만 총알을 발사하진 않았어요. 위협하려고 총을 든 거죠. 밤새 구타가 이어졌어요.”

A는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돈을 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CDM은 미얀마 의사와 공무원, 각계 노동자가 경제를 마비시켜 민 아웅 흘라잉 군부를 굴복시키기 위해 벌이는 총파업 시위다.

“전깃줄로 때렸어요. 전깃줄 두 개를 연결해 크게 만든 전깃줄을 사용했어요. 무릎을 꿇고 앉아 등을 곧게 펴도록 하고 계속 때렸어요. 맞다가 땅에 나자빠지면 전깃줄로 또 때렸어요. 너무 아파서 그들에게 그냥 죽여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죽도록 맞다 A는 문득 죽을 것 같아도 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이 던져주는 걸 먹을 수 없었지만 살아남으려고 억지로 먹었어요. 풀려나면 다시 시위에 나갈 수 있으니까요.”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A는 지난 9일 오후 바고에서 양곤으로 돌아가던 길에 불심검문을 받았다. 군부의 잔혹한 시위 진압으로 시위대 80명이 목숨을 잃은 ‘피의 어느 날’ 가운데 하루였다. A의 가방과 핸드폰을 뒤지던 군인은 기어이 시위 현장에 선 A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 그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것이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월 1일 쿠데타 이후 4400명 이상이 군부에 끌려가 구금됐고, 7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다수는 10대와 어린이들이다. 작년 총선에서 선출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자들도 온몸에 고문의 흔적을 남긴 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CNN은 미얀마 군부에 고문 관련 논평을 요청했고, 군부로부터 “경찰을 공격하고 국가 안보와 안정을 해친 ‘폭동 기위자들’이 묘사한 행위(고문)에 대해 자제력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40여년 이어진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권력이 문민정부로 이전되기 시작하던 2011년에도 미얀마에선 과거 군사정부시기 자행되던 고문이 만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NLD가 집권한 2014년에도 아웅산 수치 정부는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같은 고문은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부에 항의하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더 잔혹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미얀마 텔레비전 국영방송에서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뉴스 앵커가 당일 체포된 사람들의 이름을 읊었고, 이중엔 배우와 기자, 의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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