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의 죽음에 죄송한 마음”…법정서 눈물 흘린 어린 목격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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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넬슨(왼쪽), 데릭 쇼빈(오른쪽) AP
에릭 넬슨(왼쪽), 데릭 쇼빈(오른쪽) AP
“조지 플로이드 씨의 죽음에 죄송한 마음이 들어 수일 동안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를 위해 몸싸움이라도 벌여서 목숨을 구해야 했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났습니다.”

30일(현지 시간) CNN등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전직 경찰관 데린 쇼빈(45)의 두 번째 공판에서 10대 소녀 다넬라 프레지어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증언했다. 프레지어는 프로이드의 죽음을 스마트폰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 미디어에 공개했고, 그녀의 영상으로 미국 전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가 일어났다.

○ 눈물 흘린 어린 목격자들…NYT “이들도 피해자”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프레지어는 플로이드의 죽음에서 흑인인 자신과 흑인 아버지, 형제, 친척과 친구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플로이드뿐 아니라 모든 흑인이 그처럼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법정에는 9살 소녀 목격자도 출석했다. 생중계에 얼굴과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목소리만 나온 이 소녀는 제압당안 플로이드를 보면서 “슬프고 조금 화도 났다”며 “왜냐면 그(경찰)가 플로이드의 숨을 멎게 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이 플로이드를 고통스럽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증인은 총 6명으로 모두 길을 가다 플로이드 사건을 본 목격자들이었다. 이 중 4명은 18세 이하인 미성년자들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린 목격자들의 슬픔과 분노 섞인 증언은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며 “그들이 증언하면서 보여준 눈물과 고통은 이들도 피해자임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 “경찰이 응급조치 막았다”…소방관도 증언 나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 공판에 목격자 증인으로 출석한 미네아폴리스 소방관 주느비에브 한센
조지 플로이드 사건 공판에 목격자 증인으로 출석한 미네아폴리스 소방관 주느비에브 한센
미네아폴리스주 소방관인 주느비에브 한센(27)은 플로이드에게 응급조치 하려는 자신의 시도를 경찰이 막았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일 비번이었던 한센은 이날 제복을 입고 증언대에 올랐다. 산책을 하다가 짓눌린 플로이드를 발견한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플로이드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성인 남자 세 명에게 제압당해 꼼짝할 수 없었다”며 “한 사람이 견디기엔 너무 많은 무게였다”고 했다.

그는 플로이드의 맥박을 재고 응급조치를 취할 생각으로 경찰관 한 명에게 다가갔으나 제지당했다고도 했다.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영상을 촬영하고 911에 신고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보니 신고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변호인 신문에서 한센은 날 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지는 질문에 그는 “당신이 눈 앞에서 누군가 죽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고 맞받아쳤다.

쇼빈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2급 살인과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2급 살인은 “고의로 플로이드를 무릎으로 공격해 비의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며, 3급 살인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악의적인(depraved) 마음으로 행동을 취했다”는 혐의다. 2급 과실치사는 쇼빈의 “직무 태만(culpable negligence)”이 죽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살인 혐의는 12년 6개월, 과실치사는 4년 형을 지침으로 하고 있다. 증인 신문은 4주 간 이어질 예정이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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