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참사에도 ‘식물 유엔’…10년 전 시리아도 이렇게 놓쳤다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30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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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새벽, 외신은 일제히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구금 소식을 타전했다. 수치 고문은 물론 여권 인사들의 추가적인 구금 소식이 전해졌고 미얀마 국영방송은 먹통이 됐다.

당일 정오가 가까워지자 사태의 윤곽이 드러났다. 미얀마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부 쿠데타였다.

지난 2015년 선거에서 수치 고문의 민주민족동맹이 압승을 거두면서 53년간의 군부 독재를 종식된 미얀마는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권력을 잡은 군부는 안하무인이다.

30일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은 최소 510명에 달한다. 지난 주말에는 120여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는 무장도 하지 않은 아이들까지 무차별 살해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35명의 아이들이 살해됐다.

이 때문에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와 유엔(UN)이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쿠데타가 발생한지 두 달이 흘렀지만 군부의 강경 자세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쿠데타와 관련해 규탄 성명 하나 채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내정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채택에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27일 열린 미얀마 국군의 날 열병식에 국방차관과 군 고위 관계자를 참석시키며 군부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사태는 점점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내전이 본격화되는 건 미얀마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전세계는 이같은 상황을 10년 째 목격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유엔이 개입할 시기를 놓치면서 최악의 국내 상황과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가 그 예다.

지난 15일 10년째를 맞은 시리아 내전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학살한 시리아 군부는 내전의 명분을 제공했다. 학살과 내전은 끊이지 않았고 2012년 개헌 이후로는 일당독재 국가가 됐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50만명 안팎의 인구가 숨지고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난민 신세가 됐다. 그들은 여전히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돌아갈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무도 시리아 내전이 이렇게 오래 진행될지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유엔과 미국도 시리아 내전에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다. 시리아 사태가 터졌을 때 역시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고 미국도 주요국의 반대로 개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는 사실상 방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입 시기를 놓친 시리아 내전은 이후 갈등의 골을 풀기 힘들 정도로 꼬여버렸다. 반군은 민족주의를 비롯해 이슬람 전선 등으로 분열되고 터키와 이란 등의 개입으로 중동 지역 전체의 화약고로 변화됐다.

그 사이 독재자 바샤를 알아사드(55)는 수많은 인권유린을 벌이며 온전히 고통은 죄없는 시리아 국민들이 받았다. 국제사회는 시리아를 그렇게 놓쳤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미얀마 내전 상황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비슷한 사례를 시리아에서 봤다”며 “내전 형태로 치닫게 되면 시간이 오래가 수밖에 없고 앞으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시민들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이 10년 가까이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서로 이렇게 무장공방이 오래 됐을 경우에 이게 내전 형태로 치닫게 되면 시간이 오래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앞으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시민들이 되는 거예요.”

지난해 시리아 구호품을 공급하는 안보리 결의안도 상임이사국 전체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이번에도 유엔이 미얀마를 바라만 보고 있는 사이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물 유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한 국제사회의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 보고관은 지난 27일 성명에서 “규탄과 우려의 말들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공허할 뿐”이라며 “긴급 국제 정상회담을 열고, 원유와 가스 등 수입원을 군부에게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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