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美 51번째 주로 승격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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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수도 워싱턴을 51번째 주(州)로 승격하는 방안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워싱턴은 연방 의회에 투표권 있는 대표가 없기에 주민들은 ‘미국 본토의 유일한 속령(屬領)’에 비유하며 승격을 주장해왔다.

미국 하원 감독·개혁위원회는 22일 수도 워싱턴의 주 승격법안 심의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민주당은 “워싱턴의 인구는 71만 명으로 와이오밍이나 버몬트보다도 많다”며 “올 여름 전 승격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승격의 명분은 미국 독립전쟁과 같다. 18세기 미국이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Representative, No Taxation)’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영국에 독립을 선언한 것처럼 워싱턴 역시 “다른 20여 개 주보다 연방 세금을 더 부담하는데 의회에 대표가 없다”며 승격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특별행정구역(DC)인 워싱턴은 주마다 2명씩 있는 상원의원이 없다. 1970년부터 하원의원을 1명 두고 있지만 본회의 투표권은 없다. 1801~1961년에는 대통령선거 투표권도 없었다.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헌법 규정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은 연방 정부의 근거지이기에 주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건국 당시부터 헌법 취지라는 것이다. 산업이 취약해 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랠프 노먼 공화당 하원의원은 22일 “예를 들어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작아도) 농장, 광산이 있지만 워싱턴은 이런 산업 기반이 전혀 없다”며 승격에 반대했다.

정치적으로 워싱턴의 주 승격은 공화당에 불리하다. 워싱턴은 인구의 절반은 흑인이고 미국 전역을 통틀어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워싱턴의 주 승격은 ‘민주당 상원의원 2명 추가’와 같은 말”이라고 했다.

승격 법안은 하원에서 1993년 한 차례 무산됐고 지난해에는 통과됐으나 공화당이 과반인 상원에 가로막혔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은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반대하면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가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승격에 반대하는 여론도 많다. 2019년 조사에서 미국인의 3분의 2는 승격을 반대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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