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과 고위급 회담 하루 앞두고 中-홍콩 관료 24명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콩 민주화 탄압’ 이유로 조치… 입국금지 이어 금융까지 범위 확대
18일 앵커리지 회담前 ‘기선 제압’
中 “심각한 내정 간섭” 거센 반발
보복 예고… 회담 취소 가능성도

화상 출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미국이 홍콩 민주화 탄압을 이유로 중국 및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를 가한 1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에 화상 출석해 방역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화상 출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미국이 홍콩 민주화 탄압을 이유로 중국 및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를 가한 1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에 화상 출석해 방역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미국이 홍콩 민주화 탄압을 이유로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18, 19일 미 서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양국 고위급 회담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CNN 등에 따르면 17일 미 국무부는 왕천(王晨)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지난해 홍콩보안법 초안 작성에 관여한 홍콩 유일의 전국인대 상무위원 탄야오쭝(譚耀宗), 덩중화(鄧中華)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부주임, 스티브 리 콰이와(李桂華) 홍콩 국가보안처 총경, 에드위나 라우(劉賜蕙) 홍콩 경무처 부처장 등 24명이 미 법인과 금융 및 자산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들 대부분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해 홍콩보안법 제정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미국 입국을 금지당했다. 이번에 금융 부문으로 제재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람 장관은 이날 제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홍콩 민주주의에 일방적으로 가한 제한에 대응한 미국의 조치”라며 “동맹 및 파트너와 연합해 홍콩인의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겠다. 중국이 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11일 전국인대에서 홍콩 내 친중 인사만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이 제재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홍콩 혼란을 부추겨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강력한 조치를 통해 주권과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CNN은 앵커리지 회담 직전에 나온 미국의 강경책으로 일각에서 회담 취소 전망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앵커리지 회담에는 블링컨 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등 4명이 회동한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양국 최고위급이 처음 얼굴을 맞대는 데다 두 나라가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 등을 놓고 거세게 대립하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회담 전망은 엇갈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이번 회담에서 인권, 경제, 기술 등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역시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홍콩 반중시위 탄압, 미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을 거론하는 등 강인한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이 회담에서 서로 넘지 않아야 할 선, 즉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일단 대면 접촉에 의의를 두고 민감한 사안은 추가 논의하겠다는 의도라는 의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중국#고위급 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