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 카에다의 새로운 본거지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수니파와 종교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이다. 이란은 알카에다와 관계를 지속해서 부인해왔다.
12일 뉴욕타임스(NYT)와 NBC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이란이 알카에다의 본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여행 서류를 제공하는 등 이란이 알카에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프랑스, 독일, 영국 등 ‘E-3(유럽 3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최종 확정한 바로 그해인 2015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알카에다 관계 변화를 언급하면서 ‘상전벽해(sea change)’, ‘테러와 증오의 동반자’ 등 표현을 쓰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정권이 당시 이란에 머무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이란의 통제에 따른다는 조건 아래 알카에다의 새로운 작전 본부 수립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도 했다.
이어 “이란은 2015년부터 알카에다 지도자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줬다.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부는 알카에다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여행 서류와 신분증, 여권 등 안전한 피난처와 이동 지원을 제공했다”고 했다.
그는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흐리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이란 정부는 알카에다가 서로 소통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다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란과 알카에다의 축을 분쇄할 시간”이라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알카에다 2인자 아부 무함마드 알마스리(가명 압둘라 아흐마드 압둘라)가 지난해 8월 테헤란에서 미국의 요청을 받은 이스라엘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다는 NYT 보도도 확인했다. NYT는 알마스리가 지난 2003년부터 이란의 보호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중앙정보국(CIA)은 알마스리가 생전 이란 고위 지도자와 알카에다의 전 세계 조직을 재편하고 테러 음모에 새로운 우선 순위를 부여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다만 “2015년 이후 벌어졌고 최근 정보가 입수됐다”며 구체적인 암살 시점은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란과 아프간 정부는 알마스리가 아프간 현지에서 당국에 의해 사살 됐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미국 관리는 “알마스리 암살사건 확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새로운 또는 구체적인 정보의 핵심”이라고 했다.
NYT는 이란이 지난 2001년 9월11일 테러 이후 이란내 작전을 막기 위한 보험 또는 공동의 적인 미국을 향한 작전 수행 등을 위해 알 카에다가 자국에 머물도록 허락했을 것으로 미국 테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이미 알려진 정보의 과장된 재탕에 불과하다는 미국 관리들의 지적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보안 전문가인 콜린 P 클라크는 “알카에다와 이란의 관계는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사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정의는 양측의 이념, 목표 선호도 등 중요한 세부사항의 차이를 애매모호하게 만든다”고 했다.
NBC는 이란이 어떤 이유에서 2015년 JCPOA를 체결한 시점에 알카에다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꿨는지 폼페이오 장관이 설명하지 않았다고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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