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3년여 전부터 검토해온 자위대의 순항미사일 도입이 마침내 현실화 수순을 밟고 있다.
지지통신은 9일 일본 정부·여당 관계자를 인용, “일본 방위성이 ‘12식 지대함 유도탄’(SSM) 개량비용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335억엔(약 3483억원)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12식’ 미사일의 유효 사거리를 현 100~150㎞ 수준에서 300㎞ 이상으로 늘려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함대지 또는 공대지미사일로 쓰기 위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어쇼어’ 도입 백지화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적이 쏜 미사일을 해당 미사일의 사정권 밖에서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하고, ‘12식’ 미사일 개량을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당초 27억엔(약 28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던 내년도 예산안 중 ‘12식’ 미사일 유지·보수비용도 대폭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자위대의 이 같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은 사실상 적의 미사일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력’ 확보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실제 추진될 경우 헌법 위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자위대는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어차원에서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한다’는 헌법상 전수방위 원칙과 미국의 ‘일본 방어’ 의무를 규정한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적용을 받기에 방어가 아닌 공격 목적의 무기를 보유·운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 9월 퇴임에 앞서 “‘상대의 (공격) 능력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논의에만 갇혀 있어도 괜찮겠냐’는 얘기가 자민당 등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도 새로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란 말로 적기지 공격력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아베는 과거 국회 답변에선 “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엔 (적기지 공격도) 헌법이 허용한 ‘자위’(自衛)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는 아직 자위대의 적기지 공격력 확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취임 전부터 ‘아베 정권 계승’을 천명해왔던 만큼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을 통한 자위대의 적기지 공격력 확보를 그대로 추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정부·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북한이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가로질러 태평양에 떨어지는 일이 반복된 2017년부터 적기지 공격력 확보 필요성이 거론돼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2식’ 미사일 개량은 “적기지 공격을 위한 게 아니라 자위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상대의 위협권(脅威圈) 밖에서 ‘대처’하기 위한 것”이란 ‘궤변’을 늘어놨다.
그는 12식 미사일 개량과 이지스어쇼어 백지화에 따른 ‘새로운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또한 서로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