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까지 美입국금지-자산 동결… 리잔수 상무위원장은 포함 안돼
일각 “바이든 정부서 협상 여지”… 대만엔 3000억원대 무기수출 승인
中 “단호한 반격으로 주권 지킬것”… 홍콩선 민주진영 8명 또 체포돼
미국이 홍콩 당국의 야당 의원 제명이 민주주의 탄압이라며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 전원을 한꺼번에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국의 국회부의장에 해당하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모두 제재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대중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7일 왕천(王晨·70), 장춘셴(張春賢·67), 차오젠밍(曹建明·65) 등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 전원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14명 본인과 직계가족은 미국 방문이 금지된다.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홍콩의 민주 절차에 대한 중국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홍콩 의회가 파괴됐다. 의미 있는 야당이 사라지고 ‘고무도장’(무조건 도장을 찍어주는 거수기)만 남았다”며 “국무부는 이 뻔뻔한 행위에 책임을 묻는다. 홍콩 자치권을 훼손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14명의 부위원장이 포함된 상무위원회가 “반체제 인사를 억압하고 중국의 억압 정책에 항의하는 이들을 체포하는 데 동원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지난달 11일 홍콩 정부에 입법회 의원의 자격 박탈 권한을 부여하자 홍콩 정부는 즉각 야당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나머지 야당 의원 15명은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입법회 전체 70석 중 약 27%를 차지하던 19명의 야당 의원이 사라져 사실상 일당독재 체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대만에 2억8000만 달러(약 3036억 원) 규모의 첨단무기 수출도 승인했다. 중국이 가장 꺼리는 홍콩과 대만 문제를 동시에 부각시키는 강수를 둔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수출로 대만의 안보 능력이 강화될 것이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정치 안정 및 군사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몇 달간 대만에 꾸준히 첨단무기를 수출하며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은 격렬히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광기 어린 행위는 14억 중국인의 분노를 더 부추길 뿐”이라면서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대응을 통해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홍콩 정부 또한 미국에 시위라도 하듯 야당 인사를 대거 체포했다. 공영 RTHK방송에 따르면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58) 전 주석을 포함한 범민주 진영 정치인 8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올해 7월 1일 경찰이 금지한 톈안먼 사태 희생자 추도 집회를 조직·참가·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7월 1일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날이어서 이들이 홍콩보안법 적용을 받을 경우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제재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권력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70) 상무위원장은 제외했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신임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 양국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잔수가 포함됐다면 미중 갈등이 더 극심해질 수 있었다”며 미국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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