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의 900톤짜리 세계 최대 천체 망원경 붕괴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2일 08시 59분


직경 305m의 손상된 반사경 50여년 만에 무너져
전세계 학자들 폐쇄반대...연간 9만명 찾는 관광명소

미국령 푸에르토 리코에서 반세기 이상 천문관측의 주역을 맡아서 기여해왔던 거대한 반사경이 1일 (현지시간) 그 동안 손상된 피해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에르토 리코의 아레시보항구 부근에 자리 잡은 이 대형 천문대의 900톤짜리 수신기와 돔은 두 번째 반사경을 탑재한 4층건물 높이의 구조물로, 이날 완전히 붕괴되어 12m 아래의 넓은 대좌 위로 무너져 내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 천문대를 소유한 미 국립과학재단은 이전부터 이 천문대와 망원경의 시설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에 이를 지탱하는 보조 케이블이 끊기면서 305미터 짜리 반사경에 약 30m길이의 깊은 흠집이 생겼으며 수신기 플랫폼에도 손상이 갔기 때문이다.

그 후 메인 케이블마저 11월 초에 끊어져 버렸다.

최근 까지도 세계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던 이 대형 반사경이 무너지자 여기에 의존해왔던 수많은 과학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곳 천문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26년동안 일했고 지금도 근처에 살고 있는 조나선 프리드먼 연구원은 “ 엄청난 굉음과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듣자 마자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뭐라고 형용할 말이 없다. 나는 비명을 질렀고 정말 깊은, 끔찍한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집근처의 작은 언덕 위로 달려올라가 의심했던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과학자들이 어떻게든 수리할 희망을 품고 있었던 거대한 망원경은 사라지고 공중엔 흙먼지만 구름처럼 가득했고, 반사경과 함께 과학자들의 희망도 산산히 부서졌다고 그는 말했다.

붕괴는 1일 오전 7시 56분에 발생했다. 그 동안 주말에도 두꺼운 케이블 속의 수많은 와이어들이 이미 끊겨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천문대의 앙헬 바스케스는 말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재단이 조금만 더 케이블을 보강하든지 반사경 무게를 어떻게든 분산하는 방식으로 빨리 조처를 취했더라면
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프란시스코 코르도바 천문대 소장은 말했다.

새로운 반사경과 천체망원경 설비에는 약 3억 500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과학재단은 그런 돈이 없다., 그것은 미국 의회에서 마련해 줘야 하는 금액이다.

과학재단이 이 천문대의 폐쇄 계획을 발표한 뒤로, 전 세계의 천문학자와 연구자들로부터 미국 정부와 관련 단체에 이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1960년대에 건설된 이 천문대는 국방부가 미사일 방어를 위한 시스템의 필요 장비로 마련한 것이다. 그 동안 열대의 습기와 폭염을 견디고 최근 푸에르토 리코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지진들을 견디며 57년을 버티고 있던 이 천문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낳기도 했으며 해마다 9만여명이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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