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 ·러시아 ·이란, 이번엔 코로나 백신 ‘해킹 전쟁’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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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술을 훔치기 위해 치열한 ‘해킹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특히 화이자, 모더나 등 미 제약사의 백신 개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백신 대량생산 정보를 훔치기 위해 서구 제약사와 연구소를 향한 사이버 공격을 일삼고 있다.

미 정보기술(IT)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아담 메이어스 부사장은 “중국과 러시아 는 지난 20년간 다양한 주제로 서방에 해킹 공격을 해왔지만 올해 3월 이후에는 코로나19 관련 해킹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오랜 지적재산권 전쟁의 최신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창궐 초기에는 백신 개발 정보에 대한 해킹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대량생산, 대규모 임상실험 결과 등에 관한 해킹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13일 “북한과 러시아 해커들이 코로나19 백신 정보를 훔치기 위해 한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인도 등의 7개 기업을 노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S는 북한 해커 집단의 이름을 ‘라자루스’와 ‘세륨’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라자루스는 가짜 채용 및 직업 정보를 보내는 피싱 전략을, 세륨은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단인 척하는 피싱 메일을 보냈다. 라자루스는 201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미 소니픽처스를 해킹해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 해커들은 올해 9월 스페인 의료 연구소들을 공격해 연구 기밀을 훔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은 링크드인 같은 서구 소셜미디어에서 여성 정보원을 동원해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돌린 뒤 해킹하는 방식을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 역시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산하 해커 집단 ‘코지베어’가 올해 7월 영국, 미국, 캐나다의 코로나19 백신 연구소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연계된 해커들은 역시 올해 5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연구 기밀을 빼내려 했다. 당시 미 식품의약국(FDA)은 길리어드가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발명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했다.

이런 공격이 향후 각국의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이어스 부사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둘러싸고 이미 누적됐던 지식재산권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느냐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해킹 의혹을 받은 국가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중국은 “우리 백신 기술이 서방보다 앞선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아는 바 없다’ ‘안했다’는 부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마틴 맥키 영국 런던대 교수(공공보건학)는 “이미 코로나19 연구에 대한 많은 연구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최근 해킹은 백신 정보를 빼내기 위한 목적 외에도 자신들의 해킹 능력을 시험해보는 차원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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