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흑인 대통령에 겁 먹은 美유권자, 트럼프 시대 촉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3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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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권자 공포 자극해 기반 확보"
"바이든, 날 대신해 일할 준비돼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의 흑인’에 겁을 먹은 수백만 미국인의 불안감을 해결할 묘약을 약속했다”

12일(현지시간) CNN의 보도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출간을 앞둔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백악관에서 나라는 존재는 저 깊은 곳의 공포를 자극하고, 자연스러운 질서를 훼손했다는 느낌을 촉발한 것 같았다”며 이같이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했을 때 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 역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역시 외국인 혐오, 반(反)이성주의 등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대선 당시 존 매케인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나섰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언급하며 “페일린을 통해 공화당 가장자리에 잠복해 있던 외국인 혐오와 반(反)이성주의, 망상적 음모론,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이 중앙무대로 올라섰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페일린의 사상이 부상하고, 그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게 공화당의 중심부는 물론 미국 정치 전반을 혐오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의심을 했더라면 매케인은 그때도 과연 페일린을 선택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자신의 출생지 논란은 페일린이 불을 붙인 공화당 내 강경보수 집단의 반이성적 시도가 8년 동안 진화한 형태로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나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사실 유일한 차이라면 트럼프는 자제조차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일했던 추억도 저서에 담았다.

그는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에 대해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품위 있고 정직하고 충성스럽다는 나의 직감”이었다며 “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았고 상황이 어려워질 때 나는 그를 믿을 수 있었다. 실망하지 않을 거였다”고 부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786쪽 짜리 책에서 백악관의 스트레스를 흡연으로 해결했던 일, 미셸 오바마 여사와의 결혼 생활 등 소소한 일상까지 담아냈다.

그의 회고록은 2006년 ‘아버지로부터 받은 꿈들’(Dreams From My Father), 2008년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오바마 부부는 선인세로 6500만 달러(720억원)를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미셸 여사가 2018년 발간한 회고록 ‘비커밍’은 세달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부에 가까운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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