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친 삼촌이냐” 트럼프에 사회자 날선 공격…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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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한날한시에 다른 방송사를 통해 각각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날(15일)은 원래 두 후보가 2차 TV토론을 열기로 돼 있는 날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일정이 취소되면서 공교롭게 같은 날 같은 종류의 행사를 열게 된 것이다. 두 후보의 발언이 전파를 타고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서로 대면만 하지 않았지 사실상 2차 토론의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양쪽의 분위기는 서로 상당히 달랐다.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타운홀 미팅을 가진 바이든 후보는 약 20명의 유권자들과 함께 차분하고 침착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정견을 밝혔다. 반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유권자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인종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서 사회자와 격렬한 언쟁을 벌이면서 행사장은 마치 바이든 후보와 토론을 한 것처럼 열기가 달아올랐다.

● “당신이 미친 삼촌이냐” 트럼프에 사회자 날선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타운홀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고비를 넘겼다”, “백신과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다”, “일자리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등의 기존 주장들을 반복했다. 그러나 베일에 쌓인 자신의 코로나19 감염 및 회복 과정, 세금 탈루와 부채에 관한 의혹, 인종문제에 대한 입장 등 까다로운 이슈에는 전반적으로 답변을 회피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사회를 맡은 서배너 거스리 NBC방송 앵커와 계속 마찰을 빚었다.

거스리 앵커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을 물으며 “왜 당신은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자꾸 거짓말을 전파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리트윗이었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러자 거스리 앵커는 “당신은 대통령이다. 아무거나 리트윗해도 되는 누군가의 미친 삼촌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음모론자 그룹인 큐어넌(QAnon)에 대해서는 “그들을 잘 모른다”고 둘러댔다. 거스리 앵커가 “큐어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그들을 부정한다고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소아성애자들을 반대한다”는 대답만 했다. 큐어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원 등이 연루된 소아성애자 집단과 비밀리에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거스리 앵커가 ‘백인우월주의자를 비난할 수 있느냐’고 계속 다그쳤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은 체념한 듯 “나는 백인우월주의자를 수년 간 비난해왔다”면서 “당신은 항상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왜 당신은 바이든에게 ‘안티파(급진좌파조직)를 비난할 수 있느냐’고 묻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거스리 앵커가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거세게 몰아붙이자 미 언론들은 최근 인터뷰에서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 조너선 스완 악시오스 기자 등과 그를 비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나를 뽑은 투표용지 수천 장이 폐기됐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85%는 코로나19에 걸린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계속 제기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이런 주장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정정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자신의 폐가 손상됐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폐렴 증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내 폐가 조금 다르다, 아마도 조금 감염된 것 같다고 의사들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 처음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의사들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서는 “내 자산규모에 비해선 적은 빚”이라며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 차분하게 진행된 바이든 타운홀

다소 난장판 분위기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타운홀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비교적 차분하게 행사를 이끌어갔다. 또 자신을 비판하는 공화당 지지자의 날선 질문에도 차분하게 대처했다.

바이든 후보는 “백신이 나오면 맞을 것이냐”는 질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입증됐다면 나는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접종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맞을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후 진보성향의 대법관을 추가 임명해서 현재 보수 절대우위인 구도를 개혁하자는 아이디어에는 “대선 전에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대법관 증원이 지나친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을 밝히기 꺼려해 왔다.

바이든 후보는 평소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타운홀이 마무리된 후에도 한동안 행사장을 떠나지 않으며 유권자들과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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