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전격 참배’에 담긴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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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1일 1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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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을 알렸다. (아베 신조 트위터 캡처) © 뉴스1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을 알렸다. (아베 신조 트위터 캡처) © 뉴스1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7년 만에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하면서 국내외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후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아베 정권 계승’을 국정 기치로 내걸고 있는 데다 아베 스스로 “‘외교특사’를 맡아 스가 정권을 뒷받침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만큼 아베의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엔 ‘퇴임 정상의 개인적 행동’ 이상의 정치·외교적 함의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그동안엔 일본 총리로서 하지 못했던 참배를 퇴임 후에 했을 뿐”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아베 “영령들에 총리 퇴임인사”…트윗 통해 참배 알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오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이달 16일 내각 총리대신을 퇴임했다는 걸 영령께 보고드렸다”는 글과 함께 연미복 차림으로 신사에서 신관을 뒤따라 걸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아베 전 총리의 이 트윗은 21일 오전 11시30분 현재까지 모두 3만6000여회 리트윗됐으며, 17만7000여명의 이용자들이 ‘좋아요’(Like)를 눌렀다. 또 “이제껏 수고하셨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감사합니다” 등 아베 전 총리를 격려하는 댓글 또한 계속되고 있다.

야스쿠니는 도쿄도 지요다(千代田)구 구단키타(九段北)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로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민간인 등 246만여명이 합사돼 있는 곳이다.

아베 전 총리는 재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이곳을 참배했다가 일본의 침략지배를 경험한 한국·중국뿐만 아니라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로부터도 “실망했다”는 등의 비판이 일자 이후 총리 재임 기간 중엔 주요 행사 때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해왔다.

그러던 중 이달 16일 스가 총리 취임과 함께 ‘일반 정치인’ 신분으로 되돌아온 아베는 기다렸다는 듯 야스쿠니를 참배하고 이 사실을 직접 알렸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전몰자들에 대한 위령·진혼은 지도자의 책무’란 게 아베 전 총리의 평소 지론이자 신념이었다”면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재임 중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문제를 검토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건강상 이유(궤양성 대장염 재발)로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힌 뒤론 “퇴임 전에 가면 (영령 추모보다) 나 자신을 위한 게 되고 다음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 한국 “깊은 우려와 유감”…중국은 아직 공식 반응 없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정부는 즉각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식민침탈과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상징적 시설물인 야스쿠니 신사를 퇴임 직후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국 정상의 퇴임 후 언행과 관련해 외교부가 공식 입장을 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한국과 달리 21일 오전 현재까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다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엔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해 “과거 수년 간 참배하지 않은 데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아베는 2013년 이후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으면서 일본 우익들을 실망시켰다”는 내용의 저우융성(周永生) 외교학원 교수의 논평이 실렸다.

그간 일본 우익 진영에선 “총리뿐만 아니라 일왕 또한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잇따랐었다.

저우 교수는 “아베가 더 이상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한국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그러나 아베가 여전히 일본 정부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참배는 (일본의) 미래 지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스가 총리는 그동안의 정치적 행보를 봤을 때 (중국 등과) 역사문제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야당 의원 시절이던 지난 2011년 8월15일 일본의 2차 대전 패전일(종전기념일)을 맞아 야스쿠니를 참배한 적이 있으나, 아베의 재집권과 함께 관방장관에 발탁된 뒤론 이곳을 찾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앞서 아베의 후임 총리 물망에 올랐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신사 참배는) 각자 마음의 문제다. 외교 문제화할 얘기가 아니다”며 “정부에서도 이를 정중히 설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반면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전 오키나와(沖繩)·북방영토 담당상은 아베 전 총리가 “훌륭한 판단을 했다”고 극찬했다. 에토는 총리 보좌관으로 있던 작년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과거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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