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서 바이든 지원사격… 트럼프를 사실상 독재자로 평가
19분 연설서 ‘민주주의’ 18차례 강조… 힐러리도 “압도적 승리 필요” 협공
퇴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관심을 끌기 위한 리얼리티쇼처럼 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야당 민주당의 전당대회 사흘째인 19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독립혁명박물관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 연설자로 등장했다. ‘헌법을 쓰다(Writing the Constitution)’라는 굵고 큰 빨간 글씨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19분의 연설 시간 대부분을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민주주의’란 단어를 18차례 사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걸맞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이를 감당할 능력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필라델피아는 1776년 7월 4일 당시 미국 내 13개 영국 식민지 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곳이다. 미 민주주의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필라델피아를 일부러 택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망치고 있으니 바이든 후보를 뽑자’고 촉구한 셈이다.
그는 바이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자질과 품성을 치켜세우며 “둘은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믿는다. 지금 대통령은 이를 믿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진정한 힘은 세계의 모범이 되는 데서 나온다. 이런 나라는 독재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함께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독재자로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냉소주의에 기대고 있다. 정책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한 투표를 하기 힘들게 만들려고 한다”며 적극적인 투표를 호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서는 최고사령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를 지키는 군을 우리 땅의 평화 시위대 진압에 동원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적(敵)으로 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한창이던 올해 5월 말∼6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의 시위대 진압을 위해 연방군 투입을 고려했다는 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어 “나라를 위한 마음에서 그가 대통령직에 진지하게 임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기를 바랐지만 공통의 가치를 찾지도 않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지도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 실패의 결과는 혹독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인명 피해와 경기 침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추락 등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언론은 ‘전직 대통령이 현직을 이렇게 강도 높게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대통령일 때 부통령으로 8년간 호흡을 맞췄던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는 “내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암흑의 시기에서 나라를 회복시킬 능력이 있음을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연설자로 나서 “4년간 사람들이 ‘트럼프가 얼마나 위험한지 미처 몰랐다.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투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더 이상 ‘그때 그랬어야 했고 할 수 있었는데’ 식의 선거가 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가 그랬듯 바이든 측이 300만 표를 더 얻고도 선거에서 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선거 승리를 훔치지 못하도록 압도적인 표차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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