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인줄 알았는데… 美 진보판결 이끄는 로버츠

구가인 기자 입력 2020-07-01 03:00수정 2020-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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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부시가 임명한 대법원장… 최근 성소수자 차별금지 이어
‘낙태권 보장’ 캐스팅보트 행사… “당파성 숨기려는 선택” 해석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 법을 철회하라고 판결했다.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최근 잇따라 진보적인 판결을 내린 가운데 결정적 역할을 한 보수파 존 로버츠 대법원장(65·사진)이 주목받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연방대법원은 낙태 시술 병원과 의료진 수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의 법이 헌법에 보장된 여성의 낙태 권리를 침해한다며 폐기를 결정했다. 9명의 의견이 팽팽히 갈렸지만 로버츠 원장의 한 표에 따라 5 대 4로 판결이 결정됐다.

로버츠 원장은 보수파지만 지난달 15일 성 소수자의 고용 차별을 금지하고, 18일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다카) 제도 폐지 추진에 제동을 거는 등 연이어 진보 측의 손을 들어줬다. 로버츠 원장이 대법원을 보수적 성향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보수진영에서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백악관은 “대법원이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모두 평가절하했다”며 유감을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9월 역대 세 번째로 젊은 나이(50세)로 대법원장에 지명됐다. 임명 당시 강경 보수로 분류됐지만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케어’에 합헌 판결을 내는 등 종종 당파를 벗어난 결정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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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최근 결정을 두고 정치적 입장 차가 큰 사안에 사법부가 당파적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그는 2016년 대법원이 루이지애나주 법과 유사한 텍사스주의 법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을 당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루이지애나주 법을 ‘위헌’으로 본 진보 측과 달리 자신의 이번 결정이 텍사스주 법 무효화에 따른 ‘선례 구속의 원칙’을 따른 것이라고 별도 의견을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대법원이 입장 차가 극명한 사안에서 선례를 내던질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로버츠 원장은 2018년 9월 불법 이민자 입국을 제한하는 대통령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킨 연방법원 판사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판사’라며 비판하자 “우리에겐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부시 판사도, 클린턴 판사도 없다”는 공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낙태권 보장#존 로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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